[농수축산신문=최기수 발행인]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세계인의 발목을 꽁꽁 묶어놓고 있다. 지구상 거의 모든 나라가 국경을 봉쇄한 상태이고, 코로나19가 심한 나라는 자국 내 사람 이동마저 제한되고, 경제 자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는 소비행태에서 ‘비대면’과 ‘국내산 선호’라는 ‘뉴 노멀’을 불러왔다. 비대면의 대표적인 사례가 온라인 판매 급신장이다. 온라인 판매는 이미 유통채널의 대세로 자리매김해 왔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마치 3단 추진로켓을 달은 듯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산 식료품 온라인 매출은 품목별로 적게는 100%에서 많게는 몇 백%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대면 활성화로 한우고기마저도 온라인 판매채널로 폭풍 흡입되고 있다. 한우고기는 고가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고 구매하는 오프라인 판매가 근간을 이뤘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온라인 구입 활성화로 상황이 급반전됐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감염요인을 줄이는 ‘비대면’이 한우고기 온라인 판매를 활성화시켰지만,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등급제라고 진단을 하고 있다. 1992년부터 시작된 축산물등급제를 통해 한우고기를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서 눈으로 확인하지 않더라도 신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농산물산지유통센터도 신선농산물 온라인 판매 활성화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몇 년 사이 혜성처럼 등장한 충남 만인산농협산지유통센터가 좋은 사례이다. 만인산농협은 그동안 산지조직화를 통해 산지유통기능을 강화해 오다가 지난해 온라인 판매에 눈을 돌렸다. 만인산농협은 온라인 판매채널과 거래를 시작한지 한 해 만인 올해 전체 매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85억 원 규모의 온라인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한우고기 온라인 판매 활성화가 축산물등급제라는 든든한 신뢰확보 장치가 뒷받침됐다면, 만인산농협은 산지조직화를 통해 공급물량을 확대하면서 품목을 다양화한데다 온라인 판매채널로 눈을 돌리면서 준비를 탄탄하게 한 결과이다.  국산 농축산물 판매는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삼겹살이다. 돼지농가수취가격은 110kg 기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생산비를 밑도는 마리당 22만 원 선까지 떨어졌다가 지금은 40만원을 훌쩍 넘었다. 재택근무 등으로 구이용 소비가 증가한데다, 주부들이 국내산 삼겹살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국내산 삼겹살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원산지표시제가 시행된 결과이다.  
 

대다수 식료품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온라인 판매 등을 통해 매출이 늘어났지만, 매출이 뚝 끊어진 식료품도 있다. 바로 급식용으로 공급되는 친환경 농산물과 비선호 육류부위가 대표적이다. 단체급식 중단으로 친환경 농산물 판로가 막혔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삼겹살과 목살을 제외한 돼지고기 부위, 그리고 등심과 갈비를 제외한 한우고기 부위는 소비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비처를 단체급식이라는 한 곳에 의존한 결과이다.  이들 사례는 사전에 준비를 하지 않으면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다는 점을 알려준다.

축산물등급제와 원산지표시제가 정착되지 않았다면 한우고기나 삼겹살은 코로나19 사태로 오히려 소비위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만인산농협 역시 지난해 온라인판매에 눈을 돌리지 않았다면 올해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코로나19 사태는 몇 달 사이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고, 변화는 여전히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예상되는 변화를 읽고, 미리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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