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 

“어선원은 선원이라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뱃놈’이라고 합니다.”

 

원양어선원 출신의 한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어선원들은 ‘선원’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날 같은 자리에 있던 20대 젊은 근해어선원들도 이를 수긍하는 반응이었다. 사람들은 ‘선원’이라고 하면 대양을 누비는 마도로스를 떠올리겠지만 어선원들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모습은 마도로스와 사뭇 달랐다. 
 

공익법센터 어필과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주어선원들의 열악한 근로여건 문제를 지적하고 선원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시민단체의 지적에 김준석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브리핑을 열고 이주어선원의 인권보호에 미진한 측면이 있다며 사과의 뜻을 전하고 개선대책을 내놨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세계 최빈국 신세를 면치 못하던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국내 어업은 여전히 과거를 살고 있다. 낙후된 어선과 유통시설, 고강도 노동, 높은 산재율. 이는 수산업계의 폐쇄성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그간 수산업계에서는 어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외부에서 지적하면, ‘수산업의 특성을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치부해왔다. 그 결과 수산업의 근간인 어선어업은 철저하게 고립됐다. 어선원은 ‘극한직업’의 표본이 됐고 청년들은 어선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해수부의 고위공직자조차도 내 자식이 어선원을 하겠다고 하면 말릴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제 수산업계가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춰 나가야 한다. 어업이 힘들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 아닌 국민들에게 수산식량 생산하는 보람있는 일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산업계가 먼저 이같은 문제를 인식해야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문제를 인식하는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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