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최기수 발행인]

증평군 도안면의 한 농가는 올봄에 옥수수 파종을 세 번이나 했다. 옥수수 새싹이 나올 때 두 번이나 동해(凍害)를 입었기 때문이다. 두릅 집산지인 순창군 동계면 농가들은 올봄에 두릅 첫순 수확을 포기해야만 했다. 역시 동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동해 사례는 극히 일부이다. 농가들은 올봄 이상기후 탓에 동해를 많이 입었다.

올해 기후는 참 유별나다. 봄은 일찍 찾아왔다. 4월 중순 기온이 서울 기준으로 20도 안팎을 기록하다가 그 다음 주에는 10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6월 초순에는 한여름 기온인 30도를 넘었는가 하면, 22일에는 35.4도를 기록하며 폭염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장마도 유난히 길다. 기상청은 2009년부터 지구온난화 탓으로 한반도 여름철 강수 특성이 많이 변화해 장마 예측이 무의미하다며 장마예보를 중단하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장마가 길고 길다. 제주도는 올해 49일간 장마가 지속돼 역대 최장기록을 갈아치웠다. 중부지방과 남부지방도 최장기록을 갈아치우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상청은 어느 해보다 더운 여름을 예보를 했지만, 긴긴 장마로 7월말까지는 이렇다 할 폭염이 없었다.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대구도 이달 들어서야 폭염이 시작됐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식량위기 경고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또 다른 경고가 하나 더 울렸다. 바로 기후변화가 COVID-19(코로나바이러스질병)를 불러왔다는 경고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최근 출판된 오늘부터의 세계에서 “COVID-19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산림파괴를 꼽았다. 기후변화가 물 순환을 교란시켜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산림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한 결과 숲속에 살던 야생동물이 밖으로 나와 인간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COVID-19가 발생했다는 진단이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2, 3COVID가 이어질 거라고 경고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체제와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 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이다.

COVID-19는 기존 질서를 무너트리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COVID-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고 진단이다. COVID-19 팬데믹 사태는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사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시스템도 그동안 세계화에서 글로컬(Glocal)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컬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이다. 세계경제체계의 글로컬화는 동아시아의 한··, 유럽, 북미 등 지역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체계가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세계경제체계의 글로컬화는 세계화에 의존해온 우리 경제와 곡물자급률이 26% 안팎인 우리에게는 비상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은 좁아지고, ··일은 모두 곡물이 부족한 국가이다.

예상되는 위기를 타개하는 방안은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찾아야 한다. 앞으로 벌어질 다양한 상황을 상상 이상으로 상상하고, 그에 맞은 해법을 찾기 위한 상상을 또 하고 또 해야만 한다.

쌀은 앞으로도 계속 남아돌까? 대다수가 그렇다고 대답을 한다. 여기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글로벌 곡물 공급망이 멈추게 되면 밀 수입 역시 중단된다. 밀 수입이 중단되면 국내에서 밀 생산을 늘려서 부족분을 메꿀 수 있다? 어불성설이다. 밀과 사료곡물 수입이 중단되면 밀가루 부족사태가 발생하고, 축산업 영위도 어려워져 육류생산도 줄어든다. 그래도 쌀 소비는 늘어나지 않고 계속해서 줄어들까? 쌀만이 아니다. 농업 전반에서 상상력을 발휘하고 발휘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다양하게 만들고, 대처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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