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감축만이 희망…농축수산업계 친환경 붐 조성

국민 공감대 확산·농어업인 실천 유도 필수

기후변화 협약 이행 원년
2050 탄소중립 선언

농업 온실가스 배출량 3160만 톤CO2eq
약 349만톤CO2eq 감축해야

법·제도 정비와 예산 확보 보다
자발적 참여·관련 기술 개발 필요

[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코로나시대 경제성장률, 디지털정부평가, 자살률, 탄소배출량 증가율.

이들의 공통점은 대한민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것이다. 특히 탄소배출량 증가율은 해외 연구기관과 언론들이 우리나라를 소위 기후악당으로 지목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같은 탄소와 기후, 환경 등에 대한 중요성은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세계적으로 이전 보다 강화된 실천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출발이 늦었던 만큼 속도감 있는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으로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 공정전환이라는 3대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위한 10대 추진과제를 마련해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2021년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기후변화협약 이행 원년’이라 밝히고, 에너지와 산업을 비롯한 사회 전 분야에서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 기온상승은 변화 아닌 위기

지난해 대한민국은 최장기간 장마와 역대급 태풍으로 몸살을 앓았다. 뿐만 아니라 냉해와 폭염, 갑작스런 한파까지 덮쳤다. 100년만의 집중호우나 100년만의 이상고온, 100년만의 가뭄, 폭염, 태풍 등의 수식어도 최근 10년 사이 너무도 빈번하게 등장해 더 이상 낯설지가 않은 지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0년 동안 우리나라 평균 온도는 1.4도가 상승했다.

이러한 이상기후의 원인으로 탄소 농도가 지목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최근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초고해상도 기후 모형 시뮬레이션을 통해 탄소 농도가 짙어질수록 폭우와 태풍이 더욱 강해진다고 밝혔다. 연구에서는 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하면 태풍 발생 빈도는 소폭 감소하는 대신 발생 시 최고 178km의 매우 강한 태풍이 될 가능성이 50% 가량 증가했다.

이는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채여라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후대기안전연구본부장은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폭염, 한파, 집중호우, 가뭄 등 기상이변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그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100년까지 누적 피해액은 4867조 원으로 나타났지만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1667조 원으로 피해비용의 46%를 저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기온상승은 더 이상 기후 변화로 치부할 수 없는 위기가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27일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범부처 전략을 보고받고, 토론을 진행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청와대]
지난해 11월 27일 열린 2050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에서 범부처 전략을 보고받고, 토론을 진행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청와대]

# 2050 탄소중립 공식 선언

이같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2050 탄소중립은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를 산림 등을 통해 흡수하거나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제로(0)’가 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배출되는 탄소량과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이 제로가 되기 때문에 ‘넷-제로(Net-Zero)’라 부른다.

가장 앞선 유럽연합(EU)은 2019년 12월 그린딜(Green Deal)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을 발표했고, 중국(2020.9.22)과 일본(2020.10.26)도 이미 각각 2060년과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목표가 처음 선언, 공식화됐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해 18개 국가가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으며 120여개국이 추진 중이다.

# 탄소중립 위한 3+1 전략

정부는 지난달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과 추진일정 등을 발표했다. 사진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 등 관련 부처 장관들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정부는 지난달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과 추진일정 등을 발표했다. 사진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 번째) 등 관련 부처 장관들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정부는 지난달 7일 제2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기후변화와 관련 정책을 적응적 감축에서 능동적 대응을 도모하는 것으로 전환하기 위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내용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적응:경제구조의 저탄소화 △기획: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 △공정: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과 함께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가 3+1 전략으로 제시됐다. 또한 3대 정책방향을 실천하기 위한 10대 과제로 △적응:경제구조의 저탄소화를 위해 1.에너지 전환 가속화 2.고탄소 산업구조 혁신 3.미래모빌리티로 전환 4.도시·국토 저탄소화를, △기획: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1.신유망 산업 육성 2.혁신 생태계 저변 구축 3.순환경제 활성화를, △공정: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을 위해 1.취약 산업·계층 보호 2.지역중심의 탄소중립 실현 3.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의식 제고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1전략인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와 관련해서는 재정제도 개선, 녹색금융 활성화, 연구개발(R&D) 확충, 국제협력 등이 추진될 계획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민관합동 위원회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예정이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탄소중립이라고 하는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탄소중립 채택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만큼 온실가스 감축 중심의 적응적인 감축에서 앞으로 신경제사회구조 구축이라는 능동적인 대응으로 나아가는 ‘전향적이고 선제적이며 능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탄소중립이라는 신패러다임 전환 기로에서 능동적 대응을 통해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그리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그 목표를 뒀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청정 농축수산업

이와 함께 정부는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도 확정했다.

LEDS는 △깨끗하게 생산된 전기·수소의 활용 확대 △디지털 기술과 연계한 혁신적인 에너지 효율 향상 △탈탄소 미래기술 개발과 상용화 촉진 △순환경제로 지속가능한 산업 혁신 촉진 △산림, 갯벌, 습지 등 자연·생태의 탄소 흡수 기능 강화 등이 5대 기본방향으로 제시됐다.

부문별 전략도 수립됐는데 농축수산분야는 농축수산의 스마트화 촉진과 청정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한 농축수산업 체계 구축과 농축수산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 중 재활용 가치가 높은 부산물을 산업 원료로 재활용하는 신산업 육성 등이 포함됐다.

또한 탄소흡수원과 관련해 산림, 갯벌, 습지 등 자연·생태 기반 솔루션을 강화해 탄소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산림경영 혁신을 통한 산림 노령화 문제 개선과 목재 제품 이용률 제고를 통해 탄소저장량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 담겼다.

NDC는 2030년까지 기존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에서 2017년 배출량 대비 24.4%를 감축하는 절대량 방식으로 바꿔 이행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제 사회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확정된 것이지만 2050 탄소중립 목표로 나아가는 LEDS 비전을 고려해 2025년 이전까지 상향조정될 전망이다.

이러한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에너지 전환지원, 탄소저감기술 개발 등 관련 올해 사업 예산안도 지난해 대비 3000억 원 가량 증액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

# 농업분야 약 349만 톤CO2eq 감축해야

이러한 국내외의 움직임 속에서 우리 농축수산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예견된다.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는 농업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우선 벼 재배 시 물 속에서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메탄이 발생한다. 이렇게 논농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농업 분야 배출량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채소나 과일 등 시설원예 분야에서는 난방을 위해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가축의 사육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량도 상당한 수준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일 열린 농업전망에서 환경부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농업부문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량은 비에너지부문 2020만 톤CO2eq(이산화탄소 상당량)와 에너지부문 1140만 톤CO2eq를 합한 3160만 톤CO2eq이었다.

이는 환경부에서 발표한 2018년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약 7억2763만 톤CO2eq(농업 배출량은 2120만 톤CO2eq로 집계)의 4.3% 수준에 달한다.

이중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따르면 농업 분야는 비에너지부문 170만 톤CO2eq과 가축분뇨에너지화로 인한 전기 생산을 포함한 에너지부문 179만 톤CO2eq 등 총 349만 톤CO2eq가량을 감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농어업인·지역주민 중심 소통 필요

농축수산업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크게 재배·사육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것과 영농·영어 활동을 위해 사용되는 연료의 유류 의존도를 낮추는 에너지 개선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와 관련해 벼 생육 기간 중 1~2회 물을 완전히 배수하거나, 논물을 2~3cm로 얕게 대는 등 농사방식을 변화시키고, 유리온실 등 시설원예 분야는 유류의존도가 낮은 에너지 이용구조로 개편할 계획이다. 또한 가축의 장내 발효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조사료 품질을 개선하고, 저메탄 사료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가축분뇨 처리능력을 고려해 가축사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가축분뇨의 처리와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병행될 수 있는 에너지화 시설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처음 실시된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 취지에 맞게 환경·기후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중장기 발전방향을 모색, 넷-제로시대의 농업 생산구조 전환과 연계해 화학비료·농약 사용을 줄기고, 농촌 경관을 보전하는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미래친환경선박 선도기술·온실가스 70% 감축기술 등을 개발하고, 친환경기술을 적용한 소형 연안선박을 건조하는 등 한국형 그린쉽-케이(K)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친환경선박 보급을 촉진하는 동시에 528척을 친환경선박으로 전환하며 친환경 연료공급 인프라도 함께 갖춘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다만 농촌태양광, 농촌 바이오에너지, 간척지 태양광, 풍력,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부분은 주민과 농어업인의 수용성 문제 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주민참여형이나 주민수익형 등 다양한 형태의 실증모델 발굴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유진 기후위기대응농어촌에너지전환포럼 위원장은 “농어업인 중심의 에너지전환 거버넌스 조직, 농어업인의 삶의 질과 에너지 전환 연계, 농촌태양광에 대한 사회적 합의, 바이오에너지와 농촌순환경제 연계, 농어촌에너지 전환 실행조직 등이 필요하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연결한 에너지전환 비전을 마련하고 법제화하는 동시에 농어업인과 지역주민 중심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인식개선과 자발적 참여 최우선 과제

하지만 이러한 기후위기 대응 체계로의 전환은 법·제도의 정비와 예산 확보 보다 국민들의 인식 개선과 공감대 확산, 자발적 참여가 최우선 과제로 지목된다. 환경부와 교육부는 최근 미래세대에게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저탄소 생활습관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를 출시하는 등의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농축수산업계에서도 실제 농어업인의 인식개선, 참여유도 등이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농정 대전환 전국순회 원탁회의 자료에 따르면 탈탄소·생태(유기) 농어업 전환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참석자는 30% 미만(사전조사 24%, 토론후 28.3%)으로 낮은 인식률을 나타냈다.

농경연의 최근 보고서들에서도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와 관련해 민간 참여를 바탕으로 한 농업의 대응과 지속가능성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농경연의 2021년 10대 농정이슈에서는 공익직불제의 선택형직불 확대 방안 중 하나로 환경·생태 측면에서의 접근을 강조했으며 환경적 시급성과 농가 수용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농업인의 수용성을 제고해 전면적이면서도 점진적인 탄소감축농업으로의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열린 ‘메가트렌드와 농업·농촌의 미래’ 토론회에서 이명기 농경연 박사도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서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생산자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의 적극적 활용과 푸드플랜, 로컬푸드 등과 연계한 저탄소·친환경 농산물 소비 확대, 농업 소비자의 기후변화 관심을 높이기 위한 교육·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학균 농경연 연구위원 역시 지난 20일 열린 농업전망에서 “저탄소농업을 실천하는 경우 농가의 초기시설비 부담, 노동력 증가, 생산성 감소 등의 애로사항이 있는 만큼 농가 수용성 제고를 위해 선택형 직불제와 연계해 직절한 인센티브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며 “농업부문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이해나 인지가 낮은 편이고, 중앙정부·지자체 담당자의 저탄소영농기술에 대한 전문적 이해도가 낮아 관련 교육과 정책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이러한 실천 주체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서 관련 기술의 개발·보급과 농축수산물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인식 개선도 필수적이다. 이에 정부의 관련 R&D 예산을 확충함과 동시에 산업계에서의 관련 기술의 채택, 적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소비자의 인식을 제고함으로써 농어업인의 실천을 보다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산업계 한 관계자는 “파리기후협약 이후 국제적으로는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화학비료나 화학농약의 사용을 줄이고자하는 움직임이 지속돼 오고 있다”며 “업계에서도 이에 발맞춰 탄소저감 기술과 제품 개발을 비롯한 노력들을 경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시장 여건이나 투자비용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농수축산신문·신젠타코리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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