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쌀 자동시장격리제 도입,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지난해 이맘때 전국 수매 현장에서 만났던 쌀 재배 농업인들과 미곡종합처리장(RPC) 관계자들의 표정이 불현듯 떠오른다. 쌀 자동시장격리제 시행에 대해 각기 조금씩 다른 의견을 내놓았지만 모두의 얼굴에 기대감이 한껏 드러났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정부를 향해 날 선 비난을 퍼붓고 있다. 생산량이 수요량을 3% 초과하거나 산지 쌀 가격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할 시 발동되는 쌀 자동시장격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올해산 쌀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9.1% 증가한 382만7000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쌀 추정 수요량 357만~361만 톤을 기준으로 볼 때 21만7000~25만7000톤 가량, 대략 6~7% 초과 생산되는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물론 최근 전북에서 도열병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선 오히려 ‘큰 풍년이 들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 제도 발동 기준인 3% 초과 생산은 충분히 넘어선다는 의견이 다수다.
이런데도 정부는 오는 15일 발표되는 통계청의 최종 쌀 생산량을 보고 수급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선 양곡관리법에 못박은 수급안정대책의 수립·공표일(10월 15일)마저 앞당겨 달라 요구해왔던 터라 이번 결정에 큰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정부의 수급안정대책은 시장에 중요한 ‘신호’로 작용한다. 정부의 말 한 마디에 쌀 가격이 요동친다. 현장에서 쌀 자동시장격리제의 조기 발동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일에는 적정한 때가 있는 법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때를 놓쳐 일을 그르친 어리석은 결정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