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사육농가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충북 음성 메추리농가에서 H5N1형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9일 음성 육용오리, 13일 전남 나주 육용오리, 14일 음성 육용오리, 16일 전남 강진 종오리, 17일 나주 육용오리, 19일 음성 육계농장 등에서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겨울 철새가 지난달부터 59만1000마리가 본격 도래하기 시작했고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다음달부터 내년 1월까지는 철새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3년 평균 현황을 살펴보면 겨울 철새는 10월 55만 마리에서 11월 80만 마리, 12월 157만 마리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 1월 152만 마리, 2월 83만 마리, 3월 40만 마리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야생조류에서의 고병원성 AI 검출은 지난 22일 현재 고병원성 5건 등 45건(검사중 7건)을 나타냈다.

올해는 고병원성 AI가 유럽 등지에서 해외발생이 증가하면서 국내에서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됐었다. 유럽은 올 여름에도 계속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다가 지난 9월부터 H5N1형을 중심으로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데 월별 발생상황을 보면 야생조류와 가금농장에서 지난 5월 각각 56건, 27건이 발생했고 지난달에는 각각 50건, 14건이 발생했다. 일본의 경우도 지난 10일과 12일 아키타현과 가고시마현의 산란계 농장 2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이처럼 고병원성 AI가 국내 가금사육농가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충북 단양에 이어 제천의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인근 충남과 경북 지역까지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ASF 확산을 막기 위한 폐사체 수색 강화와 울타리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금의 방역 상황과 여건으로는 ASF의 남부권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고병원성 AI 발생과 ASF의 확산 차단을 위해선 중앙정부의 각종 대책과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른 방역 조치를 보다 신속히 실시하되 행정구역에만 머물러 있을 게 아니라 지역단위로 인근 지자체와의 전방위적이고 능동적인 협력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금과 양돈농장들도 차단방역과 철저한 소독은 기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말이 아닌 실천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ASF와 관련해선 야생멧돼지 저감도 문제지만 ASF가 발생한 사육농장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시설 등 하드웨어 보완은 물론 운용에 있어서 차단방역의 실효성 제고에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전문가들은 농장 내부를 매일 청소·소독하며 축사 출입시에는 반드시 장화를 갈아신고 손소독을 하는 등 고병원성 AI를 차단하기 위한 농장 4단계 소독을 강조하고 있다. 현장에서 이견을 드러내고 있는 8대 방역시설 설치의 경우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전실’ 설치를 충분히 고려하되 시설기준에만 집착하기 보다는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방역 역량 강화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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