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칼날이 날카로워도 제 자루 못 깎는다’, ‘남의 떡방아에 키를 들고 달려간다’, ‘바늘 가는 데 실 가고 바람 가는 데 구름간다이들 속담은 모두 관계(關係)와 관련된 것들이다.

채사장이 지은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는 책에선 관계를 고통으로도 표현한다. 수십억 명의 인구가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식량이 생산되면서도(물론 최근의 전 세계적 상황은 전쟁과 이상기후 등으로 생산에 일부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넘치고 다른 이에게는 부족한 이유,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복지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 화려함과 세련됨이 넘치는 도시의 거리에서 누군가는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는 이유, 그 모든 이유의 본질을 작가는 멀리 떨어진 고통이 나에게 강렬히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한한돈협회는 최근 대전에서 ‘2022년도 제2차 회장단 회의와 이사회, 자조금관리위원회를 오전·오후에 나눠 개최했다. 손세희 협회장은 편하게 돼지 키우는 여건을 만들고 회원·농가는 물론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협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가가 주인이 되는 협회, 세대 간 갈등을 해소시키는 교육과 비전 제시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대 국회 정책 활동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생산농가 입장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모돈이력제, 8대 방역시설 전국 의무화, 축산법 개정 등은 모두 규제이고 고통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협회측은 모돈이력제 대신 양돈장 전산관리의 확대로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고 차단 방역시설 의무화는 수용하겠지만 전실, 내부울타리, 폐사체보관시설, 방조·방충망은 농가 자율에 맡겨줄 것을 바라고 있다. 또한 사육시설 밀폐 의무화, 슬러리 피트 관리 기준 강화 등에 대한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집회나 농성 등이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바꾸는 데 큰 의미나 영향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일부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대 국회 정책 활동 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생산·소비 단체, 정부 등 각 주체별로 상대를 바라보고 관계를 회복·증진하기 위해선 대화와 타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날 자조금관리위원회에선 협회와 정부간 행정 절차의 문제, 사업 예산 신설·편성의 문제, 축산자조금 사업시행지침 개정의 문제 등을 놓고 여러 차례 껄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오죽했으면 참석자들 가운데 숨이 막히는 회의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생산액만 7~8조 원에 달한다는 대한민국 양돈산업이 선진화를 위해선 당면과제로 생존을 위한 손익 분기점 달성은 물론 질병극복, 수입육과의 차별화 등은 시급하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양돈인 스스로가 돈육에 대한 무한책임을 가지면서 제대로 된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은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속 가능한 가축분뇨 처리, 냄새 최소화 등 환경개선, 폐사축 처리의 체계화, 경쟁국 대비 복지 수준 달성 등은 나와 타인의 시각이 공존하는 관계 속에서 해결해 나가야 할 일들이다.

대 국회 활동강화를 통해 한돈산업 발전과 농가 소득안정에 기여하고 이익단체로서 역할과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협회의 움직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고 어떤 효과를 낼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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