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도 없어 감염시 고사...감염목 조기발견·조기제거로 피해 줄이는 게 중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감소하다 올해부터 증가추세로 전환

소나무재선충병 완전방제 거의 불가능
관리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방제하는 것이 합리적
감염목·감염우려목 이동 철저히 차단해야

[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감염되면 100% 고사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올해 7년만에 증가세로 전환돼 관계당국과 임업인들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소나무재선충병이 한창일 때의 전남 여수시 평여동에 위치한 산지.
감염되면 100% 고사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올해 7년만에 증가세로 전환돼 관계당국과 임업인들이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소나무재선충병이 한창일 때의 전남 여수시 평여동에 위치한 산지.

감염되면 100% 고사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감소해오다가 올해 증가추세로 전환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산림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지난 11일 남성현 산림청장 주재로 시·도 산림 관계국장과 지방산림청장 등 40여 명이 참석한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관계관 영상회의를 개최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추진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감소대책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소나무재선충병의 위험성, 방제방법, 향후과제 등에 대해 살펴봤다.

 

# 치료제도 없어 감염 시 100% 고사

 

소나무재선충병은 길이 약 1mm의 소나무재선충이 소나무류 침엽수에 침입해 생기는 병이다. 1쌍의 소나무재선충은 침입 20일 만에 20만 마리로 번식하며 소나무의 수분 이동 통로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3개월 이내에 붉게 고사하게 된다. 일단 감염되면 별도의 치료제가 없어 100% 고사하게 된다. 일본의 경우 소나무재선충병에 의해 1970년대에 오키나와의 류큐 소나무가 거의 전멸했으며 전국적으로도 소나무가 크게 감소했다.

소나무재선충은 이동능력이 없어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 등 매개충의 몸을 빌려 이동한다. 따라서 매개충이 우화·활동하는 봄에서 가을철이 소나무재선충병이 퍼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감염된 나무에 증상이 나타나며 고사하기까지 약 3개월이 걸리므로 늦가을부터 겨울 동안에도 소나무재선충병의 징후가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최초 발생했다. 우화기 통계 기준 2014년 감염목 218만여 본으로 최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감염목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전년 대비 2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다시 긴장의 고삐를 조이게 됐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증가한 원인으로 산림청은 병징 발현 지연과 인력 접근 곤란 등으로 제때 정밀한 예찰이 어려웠고 이로 인해 방제 대상목이 방치돼 주변으로 피해가 확산됐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다만 산림청은 지난해 그동안 누락됐던 피해목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철저히 방제했으며 그 결과 피해목 숫자는 증가했지만 앞으로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 철저한 예찰이 답...감염되면 무조건 벌채하고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소나무재선충병은 한 번 감염되면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감염목 조기발견·조기제거로 피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림청과 관계 당국은 매년 2월과 9월 항공 예찰을 시행하며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고사목 전수조사, 5월부터 10월까지 관계기관 합동 정밀예찰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항공·위성 예찰의 제한된 활용 시간과 낮은 해상도라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면적·실시간 예찰이 가능한 드론 예찰도 한국임업진흥원을 중심으로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매개충이 활동하는 4~9월에는 항공·지상 방제를 실시하며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해 보호 우선순위에 따라 건강한 나무에 예방나무주사를 접종한다. 예방나무주사의 약효는 약 2년이며 그 기간에는 재선충이 침투하더라도 약에 의해 죽는다.

이 같은 노력에도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나무가 발생한다면 반드시 벌채 후 소각·파쇄·훈증 등을 해야 한다. 감염목을 방치하면 이듬해 봄에 매개충이 밖으로 탈출하면서 재선충도 같이 이동해 새로운 나무를 감염시키기 때문이다.

벌채한 감염목은 원칙적으로는 소각·파쇄 등으로 원천 제거해야 하고 파쇄 시 두께 1.5cm 이하로 파쇄 후 산물부식을 촉진시켜야 한다. 훈증은 벌채한 감염목에 재선충과 매개충의 유충을 죽이는 농약을 넣고 비닐로 밀봉하는 작업으로 소각·파쇄가 불가능한 경우에만 한다.

방제 후에도 피해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정찬식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소나무재선충병은 재선충병에 걸려있음에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재감염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방제로는 힘들다따라서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 주변 일정구간을 모두 벌채하는 모두베기를 하기도 하지만 모든 곳에서 이렇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단목 방제를 하는 곳의 경우에는 2~3년 동안 항공·지상 예찰 등을 통해 피해지역을 면밀히 살펴보며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올해 방제전략으로 기존의 방제사업 외에도 산림병해충 예찰방제단 확대, 드론예찰 확대실시, QR코드 활용 고사목 이력관리 등 반복예찰과 예방활동 강화 감염목 이동단속 철저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방제효율성 제고 등을 시행할 계획이다.

또 지속적으로 방제사업장에 대한 부실 설계·시공·감리 등을 적발해 지자체에 영업정지·벌금 등 단호한 행정조치도 요구할 예정이다.

 

#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관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은 이미 완전방제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 연구관은 완전방제는 외래병해충의 경우에는 유입 초기에 사용하는 전략이다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에 최초 확인된 뒤 전국으로 확산됐고 예측가능성도 줄어드는 상황이라 완전방제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관리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방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산림청도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발생목과의 거리, 방제효용, 나무의 보호가치 등을 고려해 나무예방주사를 접종하되 나머지 구역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연간 피해고사목 10만 본 이하로 억제해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방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감염목이나 감염우려목의 이동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보통 매개충의 활동범위에 따라 움직이는 소나무재선충의 특성상 소나무재선충병의 연간 확산거리는 3km를 넘지 않아 예측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감염목을 옮기면서 예상 범위 밖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집중방제기간 동안 감염목 이동 우려가 높은 지역에 대해 이동단속초소 105개를 설치·운영하겠다감염되지 않은 소나무에 발급하는 미감염 확인증 불법유통, ·변조를 막고 불법 반출 시 법령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방제 과정에서 감염목과 감염우려목 벌채 후 훈증 처리하는 비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방제된 감염(우려)목에 대한 후처리 비율은 훈증 54%, 파쇄 44%, 기타 2%로 절반 이상이 훈증 처리되는 상황이다.

훈증 더미는 미관상 보기 안 좋을 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접근하면서 농약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 또 산불 발생 시 산불확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에 발생한 밀양 산불 때도 훈증 더미들이 불쏘시개가 돼 산불 진화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파쇄 방제를 독려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차량과 파쇄 장비가 접근할 수 있는 임도·작업로가 부족하고 훈증 방식보다 본당 2배 높은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 산림청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앞으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차원의 임도 확충과 방제 예산 확보 여부가 중요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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