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식 국립수산과학원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과도한 경쟁과 불합리한 어업 관행 줄이고 과학에 기반한 수산자원체계 구축 위해

상호보완…서로의 빈틈 메울 수 있는 줄탁동시 필요한 때

 

 

수산업계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력난과 외국인 선원 고용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 상승, 고금리 등으로 인한 어업경영비가 상승하면서 출어를 포기하거나 실질적인 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 연근해어업은 조업 선박수 4만7000척이 91만 톤을 어획했으나 고유가를 기록한 지난해 조업 척수는 2만9000척으로 크게 감소했으며 어획량은 89만 톤을 밑돌았다. 
 

그러나 여기서 수산자원관리 관점에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다의 수산자원량을 나타내는 상대적 지표인 조업 활동량에 대한 어획량을 비교하는 단위노력당어획량(CPUE)을 간단히 계산해보자. 2019년 척당 단위노력어획량은 1.9톤 이었으나 2022년에는 3톤으로 1.5배 증가했다. 이는 연근해어업에서 실질적 어획노력이 줄어들면서 수산자원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되는 수산자원관리의 실증실험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수산자원관리 조치는 충분히 자원량의 증대를 견인할 수 있다는 사례로 제시될 것이다.
 

우리나라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정책적,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만톤 이하로 떨어지면서부터 사실상 어업 현장에서는 자원관리에 대한 회의론과 원활한 조업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조업 규제로 인식됐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수산업계, 학계 전문가, 비정부기구(NGO) 등으로 구성된 수산정책혁신 현장발굴단을 위촉했으며 현장발굴단은 금어기, 금지체장, 총허용어획량(TAC)제도 등 총 232건의 규제혁신 제안을 발굴·권고했다. 특히 TAC 관리는 많은 수산선진국이 자원관리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검증했으나 불만족스러운 할당량, TAC 참여어업인만 규제의 틀에 갇힌다는 형평성 부족 등으로 현장의 수용성은 낮은 실정이다. 이렇듯 수산자원관리에 대한 정부와 어업현장의 온도차는 지속가능한 수산자원을 관리하고자 하는 정책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수산자원관리의 목표는 수산자원의 보존과 어업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고 경제적 이익과 식량안보를 확보하며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장기적으로 자원의 건강성과 생산성을 보장하여 어촌 공동체의 영위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에 실효성 있는 수산자원관리정책을 위해서는 수산자원을 보존해야 하는 정책과 어업현장의 요구 사이에 균형이 중요하다. 수산자원과 어업활동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통해 TAC 등의 수산자원관리제도를 개선해 어업인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현장중심의 정책을 마련, 어업 현장의 정책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미국 경제학자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연구를 통해 공유지 구성원들의 공유의식이 존재하고 효과적인 소통방식이 존재한다면 공유지 비극의 극복이 가능하다고 공유자원의 관리를 입증했다. 
 

또한 공감과 협력의 수산자원관리는 무엇보다 과학적 정보에 기초한 자원관리 정책이 우선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산자원조사선의 운용범위를 확대하고 인공지능과 바이오로깅 등 첨단기술장비로 자원조사를 강화해 급변하는 해양환경과 수산자원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자원예측·진단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어획할당량을 산정하는 자원평가 과정은 투명하도록 국내외 전문가와 어업인 참여를 확대하고, 자원평가 결과는 신뢰할 수 있도록 꼼꼼히 검증하여 정부, 어업인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줄탁동시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알에서 나오기 위해 병아리는 안에서 쪼고 어미 닭은 밖에서 껍질을 깨뜨리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은 과도한 경쟁과 불합리한 어업 관행을 줄이고 과학에 기반한 수산자원체계 구축을 위해 상호보완해 서로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줄탁동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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