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최근 악취 민원을 받은 전남 보성의 한 축산농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고인은 전남 보성에서 양돈장을 운영하면서 친환경적인 농장운영을 통해 자타공인 모범농가로 인정을 받아 왔다. 그러나 고인은 지난 6월부터 축산 냄새 관련 민원과 지자체 현장 점검, 사육마릿수 감축 지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한돈협회는 지난달 집회에 이어 협회 임직원과 유가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일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추모위령제인 49재를 진행했다.

협회의 집회소식이 있던 지난달 한 통의 전화가 사무실로 걸려왔다. 악취 민원이 자주 발생했던 경북 예천의 한 돼지농가에서 냄새와 해충 문제를 모두 잡았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에서 가축분뇨를 취재하다보면 소위 만병통치약식의 처리시스템과 미생물, 첨가제 등이 판을 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경 오미자를 돼지에 사료첨가제로 먹였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듣다 보니 설마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전화기 사이로 들려오는 자신만만한 내용에 반신반의하면서 현장을 찾게 됐다.

지난달 23일 방문한 예천의 양돈장은 70대 농장주의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모돈 35마리, 사육마릿수 400마리의 소규모였다. 농장주는 “40년 넘게 돼지 농장을 운영해 오면서 분뇨 냄새에다 파리 등 해충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았는데 최근 수개월간 오미자가 함유된 사료첨가제를 먹인 후로는 냄새는 물론 해충이 사라져 환경이 정말 눈에 띄게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냄새는 80% 이상, 파리 등 해충은 99%가 줄었고 너무 신기해 퇴비사에 대조군의 분변을 뒀는데 거기에서만 파리 유충이 바글바글 나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방이 오픈된 윈치돈사는 그동안 사육환경이 어땠을지 짐작이 갔는데 재래식 돈사를 둘러보고 퇴비사를 살펴봤지만 소위 코를 찌르는 악취가 없었고 주차된 흰색 승용차는 물론 돈사 내외부에서 파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인근 산란계 농장도 상황이 유사했다.

농장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도 단맛, 신맛, 떫은맛, 매운맛, 짠맛을 내는 오미자가 이런 역할과 기능을 발휘할 수도 있구나 하는 다소 신기한 느낌이 들었다.

이 농장들에 사료첨가제를 만들어 제공하며 현장 실증실험을 한 모 대표는 오미자의 독성으로 인해 처음에는 돼지 여러 마리를 죽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미자 가공부산물에 들어있는 약리성분인 리그난이 결국 악취, 해충 등 가축 사육환경을 개선해 준다고 봤다. 2017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연구결과 돼지와 닭의 혈액과 체세포에 오미자 약리성분이 함유된 것을 검증했다고 한다. 돼지 골 면적이 8~16% 증가하고 체세포 조직이 우수하며, 면역력 증가 등으로 전반적으로 가축의 면역력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버려지는 쓰레기였던 오미자 부산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데다 그 가공부산물을 통해 가축 사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오미자는 농가 소득증대와 민원 해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악취 민원에서 자유로운 사례들이 오미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풍성하게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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