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21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지난 10일부터 시작해 25일 종합감사까지 일정을 모두 소화, 현안에 대한 지적과 보완책에 대한 논의 등을 마무리했다.

전통적으로 농해수위 국감은 농업·농촌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라는 공통된 인식에 따라 여야가 정쟁에 앞서 동일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통례였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유례없는 농업 연구개발(R&D)예산 삭감 편성을 놓고 현 윤석열 정권을 비토하는 야당과 이에 대한 반박 논리를 전개하는 여당측의 목소리가 부딪히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18일 농촌진흥청·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야당측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농진청 R&D예산을 전년대비 24.6% 대폭 삭감, 농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이는 국가R&D예산 평균 삭감률인 16.6%보다 8%가 높은 삭감폭이며 이는 농업·농촌의 미래를 포기하는 현정부의 폭거라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특히 이번 예산삭감에서는 농진청 고유기관사업 외 지역경제에 영향을 주는 공동연구사업마저도 2999억 원에서 1752억 원으로 41.6%가 대폭 삭감돼 협력기관을 포함해 대학교수, 대학원생과 소상공인 등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비토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여당측은 그동안 농업R&D예산이 부적절하고 방만하게 사용된 소위 눈먼 돈이 아니냐며 R&D예산 대폭 삭감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맞서고 나섰다. 농진청의 R&D에 대한 부분이 쟁점이 되는 것은 연구비 집행에 있어서의 부정행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20175건에서 지난해 4건까지 총 35, 이에 따른 사업비 환수액도 같은 기간 119100만 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형별로 보면 결과불량, 용도 이외 사용, 연구부정, 그 외 협약위반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 농진청은 앞으로 사업관리를 강화하고 묻지마 지원을 지양해야 한다며 R&D예산 삭감의 당위성을 내세우고 나섰다. 농진청의 R&D사업이 나눠먹기식의 눈먼 돈, 쌈짓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여당측의 주장에 일면 동감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번 농진청 R&D예산 삭감은 사업의 시급성이나 적절성을 따진 것이 아니라 투자우선순위조정, 과제단가조정, 시설·장비비 삭감 등 묻지마식 일괄삭감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점을 볼 때 이는 현정부의 미래농업에 대한 폭거라는 점에 동의한다.

야당측 모 의원이 내년도 농진청 R&D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올해 정부 성과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은 사업도 대폭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진행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성과평가에서 우수등급을 받은 농진청 R&D 사업은 2건으로 농업 실용화 기술 R&D지원신농업 기후변화 대응체계 구축사업인데 모두 각각 88.7%, 11.2% 예산이 삭감됐다. 보통등급을 받은 5건의 사업도 모두 삭감됐으며 지역농산물 소비확대를 위한 생산 안정화 기반 기술 개발사업은 내년까지 사업기간임에도 65억원 규모의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현 정부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내년도 예산 배분 조정시에 성과평가에서 미흡또는 부적절로 평가된 사업을 감액했다고 발표했지만 이와 배치되는 삭감인 것이다. 특히 농업실용화 기술 R&D지원 사업은 농진청 유일 상용화 사업으로 그동안 개발한 기술과 민간자체기술 활용 상용화지원을 통해 제품 매출 2425억 원, 일자리 3153명을 창출한 성과가 있음에도 삭감돼 논란이 되고 있다. 매년 400건 이상 창출되는 우수성과들이 정부의 원칙 없는 R&D 예산삭감으로 사장될 위기에 몰렸다.

농업 R&D예산은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미래에 대한 투자 전략이다. 단순히 기초연구 예산은 삭감하고, 단기적인 성과가 보이는 곳에만 투자한다면 대한민국의 농업 미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농진청 등 농업 R&D기관 역시 연구예산 부적절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대안 제시를 통해 다시는 농업R&D예산이 눈먼 돈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누명을 뒤집어 쓰지 않도록 자구적이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