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지난해 쉴 새 없이 기상재해가 잇따름에 따라 기록적인 작황 부진으로 과수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됐고 특히 사과 가격이 두드러졌다. 사과는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며 각종 미디어에서 뜨거운 감자로 다뤄지고 있다.

사과를 다루는 기사와 영상 등에 달린 댓글을 보면 대다수가 국내 농산물 유통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이 얼마나 농산물 유통에 대해 알고 있는지, 농산물 유통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차치하더라도 농산물 유통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정부 역시 기존 농산물 도매유통에 대해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 지난해 1130일에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개장했다. 정부 당국은 온라인도매시장이 정착되면 기존 농산물 도매시장의 구조적인 경쟁 제한, 물류 비효율을 해소하고 유통단계를 축소해 그 이득이 출하 농업인과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 농산물 유통의 주요 주체들은 온라인도매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는 데에 회의적인 입장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본인들에게 큰 문제 없이 거래해오던 유통인들은 굳이 새로운 시장에서 추가적인 품을 들이며 도전할 필요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공영도매시장에서 장사하더라도 유통인들은 철저한 시장 논리에 따라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활동할 뿐이지 농업인과 소비자를 위한 이타심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유통인들의 필요로 조성된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기존 농산물 유통을 개선하고자 새로운 시장을 개설한 만큼 시장 활성화에 대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우려되는 점은 상당한 수준의 올해 목표가 수립돼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도매시장의 올해 목표 거래금액은 5000억 원이다. 이달 초에 겨우 200억 원을 돌파했으니 목표 달성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수치화된 목표를 설정한 순간 그에 대한 결과물은 시시각각으로 눈에 띄고 당사자는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칫 그 압박에 시달리다 장기적인 발전보다는 눈앞의 결과에만 몰입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유통단계 축소와 물류 효율화는 누구나 쉽게 떠올릴 만큼 중요하고 필수적이지만 그만큼 해결하기 어렵기에 여전히 많은 사람이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모쪼록 주요 정책으로 온라인도매시장을 신설한 만큼 깊은 고민과 철저한 운영으로 출하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혁신적인 농산물 유통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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