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1985619.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공영도매시장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개장됐다. 이후 39년간 전국적으로 공영도매시장이 확산돼 현재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상으로는 중앙도매시장 11개소, 지방도매시장 35개소, 민영도매시장 3개소가 운영중이며, 투자주체별로는 공영도매시장 33개소, 일반법정도매시장 13개소, 민영도매시장 3개소가 있다.

가락시장을 비롯한 공영도매시장은 그동안 다양한 역할을 통해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생산자인 농업인 누구나 안정적이고 공정한 가격에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경매를 통한 투명한 가격관리로 시장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기준 가격을 발견·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더불어 농산물의 표준화된 품질 관리를 통해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넓게는 지역 농산물 판매의 장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지역 농업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 결과 가락시장만해도 개장 초기 연간 거래물량이 125만 톤 가량이던 게 현재는 224만 톤에 달하며 5조 원 이상의 농산물을 소비지에 공급하고 있다.

이런 공영도매시장이 최근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물론 그동안 유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자경매시스템이나 물류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의 현대화를 추진해 왔지만 농산물 시장 개방, 유통 대기업과 플랫폼 유통기업의 등장, 디지털 유통 확대, ·오프라인 통합 등 지난 40여 년간 벌어진 유통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까닭이다.

이는 도매시장으로 거래되는 농산물 비중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농산물 유통 경로로 도매시장 거래가 54.3%, 산지-소매 직거래가 40.8%, 산지-소비자 직거래가 4.5%를 차지했다. 여전히 농산물의 절반 이상이 도매시장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지만 실상은 다르다. 200378.4%까지 차지했던 도매시장 경유율이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50%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산지-소매 직거래 비중은 18.8%에서 40.8%까지 높아졌다. 더욱 큰 문제는 공영도매시장 경유율의 감소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데 있다.

이미 유통시장은 4차산업혁명 기반의 기술 활용이 늘고 있고 유통채널 역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모바일로 확장되면서 유통서비스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유통경로의 다양화와 중간유통단계의 축소,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융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유통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라 칭하고 있다. 즉 전통적으로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해 주던 유통경로나 유통채널과 같은 중개자의 역할이 점차 사라지고, 다양한 시장 주체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농산물유통 시장은 생산자가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거나 기존의 복잡한 유통 단계가 점차 단순화되는 방향으로 갈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표이기도 한 농산물 유통구조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거래의 공정성과 유통효율 증진을 통해 생산농가에게는 판로안정과 소득 증대를, 소비자에게는 농산물 소비의 만족도를 높여주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도 농산물유통 시장의 변화를 인식해 도매시장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도매시장별 중장기계획 수립·추진을 지원하는 동시에 온라인도매시장·전자송품장 등을 도입하며 농산물 유통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이 앞으로도 대표 농산물 유통경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와 도매시장 유통주체들의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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