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이르면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중에 발표될 통계청의 농가경제조사가 매우 기다려진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이 쑥대밭이 된 직후 상추를 시작으로 가을배추와 추석 전후 과일, 최근의 사과와 대파까지 여론은 농산물 가격이 비싸 손도 못 대겠다며 연일 금값 농산물에 아우성치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그리 비싸다고 하니 분명 지난해 농업인의 농업소득은 지난 30여 년간 1000만 원대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준에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업이 돈이 된다는 것이 소문나면 청년층도 많이 몰릴 테고 농업·농촌의 고령화·소멸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농업 현장에서는 콧방귀를 뀐다.

조생 양파 수확 현장에서 만난 농업인들은 농사를 그만두고 일용직 용역을 뛰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지난해 9월 정식을 시작해 이달까지 여덟 달에 걸쳐 애써 양파를 재배했지만 생산비를 제하고 남는 것은 기껏해야 1000만 원이 될까 말까 한다는 것이다. 새벽이슬을 맞으며 밭에 나가고 차가운 밤공기를 마시며 귀가하는 등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양파를 재배했지만 그 결과는 들인 품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위정자들은 이들의 상황을 돌아보기는커녕 오히려 농산물을 정쟁에 활용하는 데 여념이 없다.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대통령과 이를 비호하고자 한 뿌리를 얘기한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는 여권이나 이를 공격의 수단으로 삼아 자극적인 언사를 펼치는 야권이나 연이은 기상재해로 열악해지는 농업 여건과 천정부지로 치솟는 생산비 부담에 날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농업인의 처지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전남 고흥 금산면에서 만난 농업인은 자기가 올해 50살이 되는데 면내에서 자신보다 어린 농업인은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날 수확 작업을 하던 내국인 중에선 71세인 자신의 노모가 가장 어리다고 했다.

이것이 우리 농업·농촌이 처한 현실이다. ‘소멸이라는 단어가 막연한 것이 아닌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이제는 말로만 농업인을 위하고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밥상 물가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밥상을 지키기 위해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세심히 살피고 대응책을 내놔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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