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농림어업조사에 나타난 농업·농촌과 관련한 각종 통계지표들은 우리 농업·농촌이 처한 현실에 대한 자각과 함께 농업·농촌의 미래와 관련해 많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그 중 시사하는 측면이 큰 몇가지 농업관련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농가·농업인 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농가 수는 999000가구로 전년보다 2.3% 감소해 100만 가구선이 무너졌다. 1949년 통계조사를 실시한 이후 최저치다. 이들 농가 중 경지규모가 0.5ha 미만 농가는 522000가구로 전체 농가의 52.2%를 차지했으며, 1ha 미만 농가로 산정하면 734000가구로 전체 농가의 73.5%를 차지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영세농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1995년부터 쌀 전업농을 선정해 농지은행을 통해 영농규모화를 추진해 왔지만 쌀 농가의 영세함은 여전하다. 오히려 지난해 전업농가 수는 564000가구로 전년보다 2.2%포인트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1년 동안 판매한 농축산물 금액이 1000만 원도 안되는 농가가 64.5%에 달했다. 이와 관련 10농가 중 3농가 이상(35.5%)은 농협이나 농업법인으로 자신의 농축산물을 판매했다. 도매시장과 산지공판장 등이 전년보다 5.4%포인트, 10.3%포인트 줄어든데 비해 농협과 농업법인 출하는 2.8%포인트 늘어나 농가의 판로로 농협과 농업법인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농가인구 중 남자는 1025000, 여자는 1064000명으로 여성의 농업 종사 비중이 남성보다 높았다. 전년과 비교해 남자는 4.2%, 여자는 2.9%가 감소하는 등 여성보다 남성의 감소가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이고 보면 향후 농업을 영위함에 있어 남성보다 여성의 중요도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농업인 수 역시 전년보다 77000명이 감소한 2089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1~2년 내에 200만 명선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52.6%로 지난해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이 18.2%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량 높았다.

경영주의 연령도 70세 이상이 전년보다 2.6% 늘어난 477000가구로 전체 농가의 47.8%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 60342000가구(34.2%), 50141000가구(14.2%) 순이었다. 반면 40세 미만과 40대 등은 전년보다 각각 22.7%, 20.9% 감소했다.

고령 영세농이 대다수이다보니 논벼 위주의 경영형태가 계속되고 있다. 논벼를 재배하는 농가는 384000농가로 전체 농가의 38.4%를 차지했다. 수십 년간 재배해 온 벼 대신 타작물을 재배하기 쉽지 않은 나이인데다 벼농사의 기계화율이 거의 100%에 달해 노동력이 적게 든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고령인구가 대부분인 농촌에서 벼만큼 매력적인 작목을 찾기 힘들다. 결국 농촌 고령화 추세를 볼 때 논벼 중심의 경영구조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공급과잉 구조의 쌀 산업을 변화시키려는 정부의 식량정책이나 직불금 등 소득보전정책 추진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결론적으로 농업·농촌 관련 각종 수치를 취합해 요약해 보면 지금의 농업·농촌의 현실은 고령의 영세한 농업인이 벼를 위주로 재배해 농협이나 농업법인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농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신호보다는 부정적인 신호가 더 많은 게 현재 농업·농촌의 민낯이며, 농업·농촌의 변화도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성찰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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