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올해는 우리나라의 첫 FTA(자유무역협정)였던 한·칠레 FTA가 발효된 지 20년 째 되는 해이다. ·칠레 FTA 발효 이후 우리나라는 농축수산업계의 거센 반발 속에도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시장 개방을 가속화해 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 호주, 뉴질랜드 등 무려 59개국, 21건에 달하며 지난해에도 필리핀, 에콰도르 등 9개국과 FTA를 타결했으며 현재도 우즈베키스탄, 몽골, 남미공동시장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의 FTA로 인한 농업 부문 평균 시장개방률은 72%에 달한다.

농업계가 우려했던 것처럼 시장개방 여파는 국내 농업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정부의 피해대책과 농가 자구노력 등으로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된 측면이 없진 않지만 식량자급률은 해마다 하락하고 농가 양극화는 더 커지고 있는 등 우리 농업에 미치는 명암은 뚜렷하다.

실제 낙농업의 경우 201460.7%에 달했던 자급률이 지난해 45.8%로 급락했으며, 오는 2033년에는 41.9%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돼 낙농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자체 경쟁력이 제고되기 전에 시장이 완전 개방될 위기에 처해지면서 자급률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각 품목별로 수입 물량이 증가하면서 시장에 만성적인 공급과잉 구조도 형성돼 버렸다.

그동안 시장 개방 중심의 통상 현안은 사실상 마무리되고 있다. 최근 국제 통상 질서는 지역화·블록화되면서 경제안보나 농식품의 안정적인 공급 등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농업부문은 SPS(동식물 위생·검역)와 기후변화 이슈가 중요해 지고 있다. 이는 식량공급의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고 무작정 수입해 국내 생산기반을 무너뜨리고,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TRQ(저율관세할당) 증량으로 국내 시장을 위축시키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완전개방 시대에 놓인 한국 농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새로운 통상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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