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정부가 신규 농업인 유입에 치중하면서 정작 후계 청년농들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나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정주에 실패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모 토론회에서 부모로부터 농업을 승계받은 한 청년농의 이같은 하소연은 언제부터인지 신규 농업인 육성과 관련해 신규 창업농 육성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았던 내 자신을 뒤돌아 보게 했다. 신규로 진입하는 청년농을 육성하는 것과 이미 가업으로 농업을 수행하고 있는 농업경영체의 후계농을 육성하는 것이 다름에도 청년농이라는 한가지 틀속에서 동일시하고 정책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업에 있어 신규 인력 육성은 산업의 존망을 가르는 중요한 과제다.

통계청의 ‘2023년 농림어업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 수는 999000가구로 전년보다 23800가구가 감소했다. 통계조사 이후 처음으로 농가 수가 100만 가구 미만으로 줄어든 것이다. 농가인구 역시 2089000명으로 전년보다 3.5%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다. 지난해 65세 이상 농업인 고령화율은 52.6%로 우리나라 고령화율(18.8%)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전체 농가의 절반 가량은 70세 이상이었다. 젊은층에 속하는 40세 미만은 5000가구에 불과했다.

이 같은 농업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현상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 속에 최근 GS&J 인스티튜트가 연구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0년 이내에 34만 명이 고령으로 은퇴할 것이라 밝히며 그 심각성을 전하기도 했다.

농업부문의 인구구조 변화는 청년층의 신규 진입이 적다는 이유도 있지만 고령농의 경영이양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가 더욱 크다.

고령농이 농지를 비롯한 자산과 농업이라는 직업을 자녀나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경영이양은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고령농의 경영이양은 새로운 농업 인력의 유입 과정에서 기존 농업인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농업 자산을 승계를 통해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진입을 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농업 현장은 여전히 은퇴기에 접어들었지만 농업활동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고령농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0년 발표한 포용성장을 위한 농업인 경영이양 지원 방안연구 보고서는 경제적 요인과 비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인의 경영이양 의사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복수선택) 65세 이상의 경우 58.3%가 경영이양 의사가 없고 사망 시까지 현재 규모로 농사를 계속 짓겠다고 응답했다. 경영이양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로는 영농자산을 물려받을 승계자가 없다는 이유가 53.4%로 가장 많았으며, 영농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경제적 이유가 40.1%를 차지했다. 이와 관련 생계비를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면 경영이양 선택을 바꿀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54.5%가 경영이양을 선택했다. 경제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은퇴로 인한 사회적 괴리감, 건강에 대한 염려, 농업인으로서 정체성 유지 욕구 등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에 대한 응답율도 47.8%에 달했다.

결국 고령농의 경영이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고령농이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생활을 도모할 수 있도록 소득안전망이 갖춰져야 하며, 승계자 확보를 위한 노력과 함께 경영이양 이후에도 지역 경제에 일정 부분 참여하도록 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서적인 부분까지 챙기는 세심한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후계 청년농 육성을 위한 차별화된 정책 설계를 통해 후계 세대에게 농업자산을 안정적으로 이전, 농업경영기반을 축소시키지 않으면서 자칫 퇴보할 수 있는 농업경영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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