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세준 기자]

논어 옹야편을 보면 공자는 똑똑한 이(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仁者)는 산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두고 후대 유학의 거장들은 나름대로 어진 이와 산의 유사성에 기대 해석을 하곤 했다. 송나라 성리학의 집대성자인 주자는 논어집주에서 어진 이는 의리(義理)에 대해 편안해 중후하고 옮기지 않아 산과 비슷하니 산을 좋아하는 것이다고 했고 조선 실학의 집대성자 다산 정약용은 논어고금주에서 산이란 후한 덕으로써 만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라 주석을 달았다.

주자나 다산이나 모두 산의 중후함을 칭찬하고 있으며 특히 다산은 정적인 산의 이미지에서 나아가 산이 인간에게 적극적으로 베푸는 이로움을 상찬하고 있다. 고개만 돌리면 산을 볼 수 있고 소풍날 동네 뒷산에 가본 추억을 하나쯤은 갖고 있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자와 다산의 산에 대한 예찬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오늘날은 다산이 말한 산의 후한 덕과 만물에게 주는 혜택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보다 전문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대다. 산림치유도 그 한 분야다.

산림치유란 산림의 소리, 경관, 향기, 피톤치드 등 산림 내 요소들을 활용해 인간의 건강을 증진하는 활동이다. 산림치유는 산림 구성 요소들을 전문적인 지식과 프로그램으로 활용함으로써 건강 증진을 도모해 산림휴양과는 구분된다.

독일에선 1800년 산림 지대를 천천히 걸으며 요양하는 기후요법을 시작해 200년이 넘는 산림치유의 경험을 갖고 있으며 미국, 영국 등도 자연치유의 하나로 산림치유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이웃 일본과 중국도 각각 산림테라피와 산림양생이라는 이름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국내 최초의 산림치유 특화 숲인 산음 치유의 숲이 개장하고 2010년 산림문화 휴양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산림치유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제도권 안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치유농업과 해양치유와는 달리 독자적인 법 없이 산림휴양의 일부로서만 다뤄져 산업 육성 지원에는 한계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산림치유법(가칭) 제정 논의는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산림청도 산림치유 산업의 가치를 인식하고 산림치유법 제정을 올해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달 29일 산림청이 개최한 산림치유법 사전 공청회에서 공개된 법률안 초안을 보면 연구개발과 창업 지원 등 산림치유산업 기반 조성과 지원의 근거를 마련한 게 가장 눈에 띄며 산림치유사와 같은 전문인력 양성과 역량 강화를 위한 조항도 두드러진다.

법 제정에 대해 산림치유업계는 물론 산림복지·휴양업을 경영하는 산주·임업인들도 산림치유라는 콘텐츠의 성장과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치유의 숲 등 산림치유에 활용되는 산림 근처 산촌의 활성화도 기대해봄 직하다.

산림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22년도 산림휴양·복지활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2%가 등산, 하이킹 등의 산림휴양·복지 활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도의 75.8%보다 증가한 것이다. 각박해지는 생활 속에서 산과 숲을 찾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세상의 풍파에 시달려 어짊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산림 속에서 치유 받아 몸과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어짊을 회복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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