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삶의 질은 주관적이며, 물질적인 풍요로움 이외의 건강, 교육, 환경, 여가, 사회적 관계, 안전, 자유로움 등 여러 측면에서 영향을 미치기에 각자의 척도에 따라 느끼는 만족감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이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와 정부의 지원과 정책도 중요하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236조 원에 달했다. 전 세계 수많은 국가중 한국보다 GDP가 높은 국가는 11개 뿐이었다. 1인당 국민 소득 역시 3만6194달러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반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보다 나은 삶 지수(BL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41개국 가운데 32위를 차지했다. GDP가 한 국가의 경제적 수준을 보여주는 평가지표라면 BLI는 사회적 발전 수준, 즉 삶의 질 수준을 보여주는 지수라고 볼 때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에 비해 낮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마저도 도시에 비해 농어촌 지역의 삶의 질은 더욱 열악한 게 현실이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농어촌 지역의 인프라와 서비스 수준을 개선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주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삶의 질 여건의 도농간 격차는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 소멸위기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작 지역(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을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평가 수단이 없다보니 정책의 방향성도 불분명하고 실제 농어촌 주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정책인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이런 차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최근 ‘농어촌 삶의 질 지수’를 개발, 도시형 도농복합시를 제외한 129개 시·군을 분석·발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농어촌삶의질향상계획, 농업·농촌식품산업발전계획, 농촌공간계획 등 농어촌 분야의 여러 계획이나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성과지표로 활용가능해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사업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분석 결과 129개 농어촌 시·군의 삶의 질 평균 종합지수는 41.64점이었으며, 수도권이나 대도시·산업단지 인근, 산업특화도시 위주의 도농복합시는 평균 45.73점, 농어촌 군 지역은 평균 39.06점이었다. 같은 농어촌 지역이라도 도농복합시보다 군 지역의 삶의 질 수준이 떨어진다는 게 수치상으로 확인됐다. 특히 시·군별로 경제적 여건과 발전 수준의 차이로 지역별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1인당 지역내 총생산, 고용률, 사업체수, 재정자립도 등 경제 부문의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상위 20위권에 군 단위로 이름을 올린 울릉군, 옹진군, 청양군 등 3곳의 사례는 타 지역에서도 벤치마킹하면 좋을 듯 하다.
앞으로 농어업위와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 삶의 질 지수를 보다 고도화시키기 위한 작업에 나서야 한다. 변화하는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체계도 운영하고 지수의 신뢰성 유지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야 하며, 여러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홍보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농어촌 삶의 지수를 바탕으로 소멸위기에 직면한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사업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지표에 반영해 농어촌 삶의 지수와 실제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