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두현 기자]

투명성이 가장 큰 무기인 경매제는 과거 비대칭적인 정보로 위탁상이 농업인을 속이고 폭리를 취하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설된 공영도매시장의 통상적인 거래제도로 자리 잡았다. 이후 수십 년 경매제가 지속되면서 경매제의 문제도 지적되는데 가장 심각한 것이 가격의 급등락이다.

이에 정부가 경매제를 보완할 거래제도로 내놓은 것이 가격과 물량 등을 사전에 조율하는 정가매매, 특정 상대방과 거래조건을 정하는 수의매매다. 정부는 정가·수의매매가 안착한다면 농산물의 일정한 공급과 시세가 유지돼 수급 안정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아직 정가·수의매매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만큼 주요 거래제도로 자리 잡지 못한 모양새다. 20128월 경매제와 동등한 거래제도로 법적 지위를 획득한 정가·수의매매는 2013년 전국 공영도매시장에서 12.7%의 비중을 차지했다. 10여 년이 지난 2022년 기준 정가·수의매매의 비중은 19.9%, 겨우 6%포인트 정도 늘었을 뿐이다.

농산물 수급 안정에 영향을 끼치기에는 그 비중이 너무 작다.

더군다나 현장의 유통인들은 이마저도 사전에 계약 완료되는 물량보다는 당일 반입된 물건 중 정가·수의매매로 돌려지는 물량이 대다수며 수입농산물의 비중도 크다고 지적한다.

농산물 유통전문가들 역시 산지는 여전히 조직화가 미진해 정가·수의매매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어렵고 중도매인 역시 꾸준히 정해진 물량을 납품받을 만한 대형 거래처를 확보하기에 역량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정부나 정가·수의매매를 원하는 생산자들은 도매시장법인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매시장법인 역시 지금의 경매사 인력으로는 경매를 진행하고 산지를 관리하기에도 벅찰뿐더러 문제없이 돌아가는 경매제가 공고한데 굳이 품을 들여 정가·수의매매에 나설 이유도 없어 보인다.

결국 생산자·소비자를 위해 설립된 공영도매시장에서 도매법인이 수익을 내는 만큼 공적 영역에 더욱 투자하도록 정부·생산자·여론이 계속해서 압박하거나 도매법인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정가·수의매매가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수밖에 없다.

감정적인 호소이든 유인책이든 정가·수의매매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정부는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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