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5학년 엄석대는 학교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는 아이였다. 학교의 아이들은 석대를 두려워했고 학교의 모든 대소사는 철저하게 석대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담임을 비롯한 교사들은 석대를 훌륭한 아이로 평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석대는 이를 바탕으로 폭력과 회유를 섞어가며 사실상 학교의 왕으로 군림했다. 반 친구들은 석대가 두려웠기에, 또한 모든 학생들이 그랬기에 자발적으로 석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문열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학교에서 제왕으로 군림하는 5학년 엄석대를 서울에서 온 전학생 병태의 시선에서 그린다. 이 작품은 당시의 국민학교를 통해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우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다른 작은 사회인 한국수산자원공단에도 엄석대가 있다. 그는 기관을 대표하지는 않지만 대표자에 못지 않은 권력이 있어 보인다. 과거의 그는 경영기획본부장이 결재한 인사명령서가 이사장을 거치는 과정에서 인사명령서의 내용을 전부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원이지만 직원들의 근무평정에 참여하고 장기간 공단의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도 두 차례에 걸쳐 승진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사장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이사장을 고발하는가 하면 새로 부임한 고위 간부에게 잘지내다 가이소라며 조롱한다. 공단의 직원들 중 상당수는 그를 두려워한다.

그런 그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직원의 일부가 그의 근태 문제를 지적했고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공단은 복무점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그는 복무점검조차 탄압으로 여겼다.

작품 속 엄석대는 새로 부임한 교사에 의해 축출된다. 엄석대의 권력의 기반은 교사들의 방조와 지원이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교사는 그 지원을 거둬들였고 시험지를 바꿔치기 한 엄석대를 폭력에 가까운 체벌로 징벌한다. 그리고 엄석대를 추종하던 반 아이들을 모두 매질한다.

이춘우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의 임기는 올해 1128일까지다. 새로운 이사장이 엄석대의 행위를 방조하고 외려 지원하는 교사일지, 석대를 축출하는 교사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로 부임한 교사에 의한 위로부터의 개혁은 작품 속 매질을 당하는 학생들처럼 내부 직원들의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작품 속 교사는 매질을 마친 후 아이들에게 일갈한다. “너희들은 당연한 너희 몫을 뺏기고도 분한 줄을 몰랐고 불의한 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그것도 한 학급의 우등생이라는 너희들이. 만약 너희들이 계속해 그런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앞으로 맛보게 될 아픔은 오늘 내게 맞은 것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공단의 임직원이 기억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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