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농산물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생산단계에 있어선 작물의 종류나 재배지역, 기상상황, 농업기술의 발전도 자연재해, 인구변동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으로 생산량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가격 역시 기본적으로 생산량과 수요량에 기반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동되지만 경제 상황, 정부 정책 등에 따라 변화될 여지가 크다.
이마저도 최근에는 가뭄,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소비자의 선호도와 행동의 예상치 못한 변화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데다 국가 간 정치적·군사적·외교적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 상황이 지속되면서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어 전망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10년간의 세계 농산물 시장을 전망한 자료가 발표돼 주목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으로 ‘2024-2033 농업전망(Agricultural Outlook 2024-2033)’ 보고서를 통해 세계 농산물 시장의 향후 10년 전망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보고서를 전체적으로 요약해 보면 앞으로 10년간 농산물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 경제 요인으로는 세계 인구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세계 식량 수요에도 변화가 있겠으며, 아시아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이며 부진했던 세계 경제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거시 경제의 변화 속에서 앞으로 10년간 전체 토지 면적은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농업 생산량은 연평균 작물은 1%, 축산물은 1.3%, 어류는 1.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앞으로 작물의 생산 증가는 경작지의 확장보다는 작물 품종, 농장 관리, 비료 개선 등 기존 토지의 생산성 증가를 통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중간·저소득 국가가 세계 농업 생산량의 80%가량을 담당할 것으로 예측했다.
소비 측면에서 보면 세계 농산물 소비를 주도했던 중국의 역할은 약화되는 반면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은 확대될 것으로 봤다. 중국은 소득 성장의 둔화와 인구 감소로 향후 10년 동안 추가되는 농산물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이는 지난 10년간 세계 소비 증가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28%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추가 소비는 94%가 중·저소득 국가에서 발생하며,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추가소비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이 중 절반은 인구가 증가세에 있는 인도가 담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관련 농산물의 주요 소비처로는 식품이 42%로 가장 많았고 가축사료(33%), 손실이나 타 산업분야 공급 원료(17%), 바이오 연료(7%) 순이었다.
특히 식량의 수확·도축·어획 후 소매 단계에 이르기까지 식품의 가치사슬 내에 손실을 줄이는 게 국제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보고서는 2033년이면 700Mt에 가까운 식품이 손실되고 114Mt이 폐기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며 2030년까지 식품 손실과 폐기물을 절반으로 줄일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4% 감소시키고 영양실조 인구 역시 1억5300만 명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위한 극복 과제로는 식품 폐기물에 대한 인식 부족과 과도한 구매, 지나치게 짧게 설정된 유통 기한, 과편화된 공급망 등을 꼽았다.
농산물 무역은 향후 10년간 매년 1%씩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중남미나 북미 등 순수출국은 생산량과 함께 잉여물량이 증가하는 반면 아프리카 등 인구 증가가 큰 지역은 소비 증가에 비례해 순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농산물 국제 가격은 장기적으로 하락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OECD와 FAO의 예측이다.
OECD와 FAO의 이 같은 전망은 앞으로 변동 가능성도 있겠지만 큰 틀에서 세계 농산물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농업도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