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안희경 기자]

1819년 김매순이 한양의 세시풍속에 관해 쓴 열양세시기8월 중추에 보면 신라에서 비롯된 가위에는 만물이 성숙한 때로 가난한 벽촌에서도 풍성하게 차려내기 때문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나왔다고 이른다.

수확의 계절, 일년 중 가장 먹을 것이 푸짐해 우리나라 1년 중 가장 큰 명절의 하나인 추석은 이렇게 비롯됐다.

그런데 올해 추석은 좀처럼 푸짐해질 것 같지 않아 축산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추석 성수품·선물세트 구매의향 조사에 따르면 추석 선물세트의 구매 희망 품목은 사과 25.2%, 소고기 16.2%, 과일 혼합 12.8%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석에 소고기 21.4%, 건강기능식품 16.8%, 사과·배 혼합 12.2% 순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소고기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졌기 때문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전언이다. 소고기 선물세트의 경우 대부분 10만 원을 상회하는 반면 과일 세트는 10만 원 밑이라는 인식에 더해 추석 선물세트 평균 구매 단가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진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때문에 한우업계의 걱정은 더욱 커졌다. 명절 특수를 기점으로 가격 반등을 기다렸던 업계의 기대는 무너진 지 오래다. 마장동에서는 창고마다 쌓인 1++ 한우가 넘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다. 1년 중 가장 풍성하다는 추석에 떨어질 한우 가격 걱정에 마음을 졸여야 하는 한우 농가들을 생각하니 이번 명절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명절 전 이렇다 할 한우 대책이 나오는 것이 가장 큰 추석 선물이라는 한우 농가의 말이 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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