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현렬 기자]

 

옛날처럼 들에서 자란 풀을 베 죽을 쒀 소에게 먹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특히 사육마릿수 100마리 미만의 중소규모 농장은 무엇을 먹여야 할지 고민이 심각하죠.”

얼마 전 한 한우농장을 취재했을 때 농장주가 꺼낸 말이다. 들에서 자란 풀을 베서 먹여야 할 정도로 농가 경영이 좋지 않다는 말이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일부 조합 위주로 진행되던 들풀 조사료 사업은 참여 축협이 202215개소에서 올해 23개소로 늘어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생산비 부담이 늘어난 농가들이 조합에 들풀 조사료 사업을 추진할 것을 건의하고 기존에 사업을 했던 조합은 사업량을 늘리는 추세라는 게 농협경제지주 축산사료자재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축산사료자재부도 조합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들풀 조사료 이용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올해 수거 면적을 지난해 1241ha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3000ha로 잡았다.

예전에는 사료로서의 가치가 낮고 소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활성화되지 않았던 들풀 조사료 사업은 농가의 사료비 부담과 생산비 증가로 인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우농가들이 들풀 조사료 사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지역 조합은 사업 진행이 쉽지 않다. 별도 작업반을 구성해 수확 작업을 진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트랙터, 베일러 등 고가의 장비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들풀 조사료에 문제가 없는지 파악·관리해야 소 급이 관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한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가 5억 원 이내에서 생산·운영비와 기계장비 구입비를 일부 보조하고 있지만 수확량에 따라 지원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의 기계 장비와 인력 관련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조합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등에 들풀 이용 당위성을 알리고 국회에 들풀 수거 등을 위한 정부 예산 반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와는 하천에 대한 점용 허가와 들풀 수거에 대한 업무협약(MOU)도 체결 중이다.

어릴 적 시골에 있는 외갓집에 가서 소 죽을 먹이는 광경을 봤다. 당시 외삼촌이 했던 말은 사료 가격이 비싸서 풀을 베 죽을 먹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현재 한우농가도 소 죽을 쒀 먹일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우 산업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 대책도 중요하지만 농가에서 현장에서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들풀 조사료 사업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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