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 멸종위기종 등재시 양만업계 피해 '불가피'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국내 뱀장어양식장에서 주로 양식되는 극동산(자포니카) 뱀장어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등재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로 인한 영향과 대책에 대해 양만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뱀장어 양식업은 지난해 기준 생산액이 5045억 원으로 내수면 어업 전체 생산금액의 74%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종묘인 실뱀장어의 생산기술이 개발되지 않아 자연산 실뱀장어를 포획해 양식하고 있는 상황으로 CITES에서는 자원량 감소 우려가 커짐에 따라 현재 유럽장어만 등재돼있는 뱀장어의 전체 종을 멸종위기종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CITES 등재시 부속서Ⅱ 등재가능성 높아

뱀장어가 CITES에 등재될 경우 유럽산과 같은 부속서Ⅱ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ITES 부속서는 Ⅰ~Ⅲ으로 나뉘며 각 부속서마다 취해지는 규제조치가 다르다. 부속서Ⅰ의 경우 멸종위기에 처한 종으로 국제거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종이다. 이 경우 국제거래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학술목적의 거래만 허용된다. 부속서Ⅰ로 등재된 종은 호랑이, 고릴라, 밍크고래 등 약 700종의 동물과 330종 이상의 식물이다. 부속서Ⅱ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있지는 않으나 국제거래를 규제하지 않을 경우 멸종위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으로 국제거래시 수출허가제 등의 규제조치가 취해지며 하마, 강거북, 황제전갈 등 4960종 이상의 동물과 2만9640종 이상의 식물이 대상이다. 부속서Ⅲ은 당사국이 관할권 안에서의 과도한 이용을 막기위한 목적으로 국제거래 규제를 요청한 종으로 해당 국가종 국제거래시 규제가 적용되며 캐나다의 바다코끼리 등 200종 이상의 동물과 10종 이상의 식물이 등재돼있다.

뱀장어는 3개의 부속서 중 부속서Ⅱ에 등재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는 뱀장어의 자원량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 아닌 채포량의 감소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뱀장어의 채포량 데이터 역시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뱀장어가 부속서Ⅱ에 등재될 경우 수출입시 당사국의 허가가 필요해 실뱀장어의 수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 양식기술은 실험실 수준에서 진행 중…양식 실뱀장어 공급 ‘난망’

국내 뱀장어 양식기술은 어미에서 1세대 자어를 키워내는 것이 안정적으로 가능하며 이마저도 대량생산이 아닌 실험실에서만 가능한 수준이라 짧은 기간 내에 양식장에 공급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08년 뱀장어 완전양식기술 개발연구에 착수해 2012년에 산란어미에서 1세대 자어를 생산하는 것에 성공했고 2016년에는 1세대 자어에서 2세대 손자어를 생산, 완전양식에 성공했다. 하지만 2세대 생산에 성공한 것은 단 한차례로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개발에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뱀장어 양식기술개발이 어려운 것은 뱀장어의 생태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뱀장어는 산란을 하기 위해 평균 수심 8000m, 최대 수심 1만1000m에 달하는 마리아나해구로 매일 수백미터씩 수직운동을 통해 이동한다. 마리아나해구는 전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해저면으로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기에 뱀장어의 생태 파악이 더욱 어렵다. 즉 어미 뱀장어가 낳은 알이 부화한 이후 어떤 먹이를 먹고 어떤 자극에 의해 변태를 해 이동하는지가 알려지지 않았기에 양식기술에도 긴 시간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 실뱀장어 80% ‘수입’…CITES 등재시 양만업계 피해 불가피

국내 뱀장어 양식장에서는 실뱀장어의 80%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으로 극동산 뱀장어가 CITES 부속서에 등재될 경우 양만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실뱀장어 입식량 1만2789kg 중 수입량은 1만624kg으로 전체 입식량의 86.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즉 CITES 등재로 실뱀장어의 수입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내 양만산업 역시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을 피하기 힘든 셈이다.

이 가운데 뱀장어가 CITES에 등재될 가능성은 비교적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뱀장어는 육안으로 정확한 식별이 쉽지 않은 데다 뱀장어를 다량 소비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에 머무른다. 즉 멸종위기종으로 등재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는 뱀장어의 CITES 등재 여부가 표결에 부쳐질 경우 뱀장어가 부속서Ⅱ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제적으로 봤을 때 뱀장어는 동아시아에서 소비량이 굉장히 많으며 육안상으로는 뱀장어 종 간 육안으로 식별하는 것이 어려워 모든 뱀장어를 CITES에 등재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수요국이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에 그치고 있는 터라 다른 나라에서는 멸종위기종이니 일단 보호하고 보자는 입장에서 다른 것을 고려하지 않고 CITES에 등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뱀장어가 CITES 등재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등재되지 않도록 국제사회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CITES에 등재되더라도 유보제도를 활용하거나 한시어업허가를 통한 실뱀장어 채포량을 늘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며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어가의 품종전환 지원과 폐업지원, 완전양식기술개발에 대한 투자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수부 양식산업과 관계자는 “뱀장어가 CITES에 등재될 것을 대비해 뱀장어 인공종자 대량생산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부터는 기술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인프라를 확대했으며 내년에는 뱀장어 전문가 인력을 활용, 인력을 보강하는 등 체계적 뱀장어 연구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