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한태 기자]
많은 직장인들이 출근이 바쁘다거나 귀찮다는 핑계로 아침을 거르거나 빵, 시리얼 등 간편식으로 대체한다. 점심도 양식, 중식, 햄버거 등 굳이 밥이 아니어도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즐비하다. 저녁 역시 모임 등으로 밖에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육류를 소비하며 밥을 거르는 이들이 많다. 과연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밥을 먹고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가 예상하는 올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3.3kg이다. 이를 하루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146g으로 밥으로 환산하면 고작 한 공기 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1인 가구 기준 한 달에 4.4kg, 2인 가구는 8.8kg, 3인 가구라고 해도 13kg 정도의 쌀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얘기가 된다.
때문에 최근에는 10kg이나 20kg 단위로 포장된 쌀 외에 1kg, 2kg, 3kg, 4kg, 5kg 등 소포장 쌀의 판매가 늘고 있다. 가까운 마트나 온라인에서 필요할 때마다 주문해 구입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부피도 크고 보관도 부담스러운 20kg 단위 쌀을 사지 않는 것이다. 외식이 잦은 경우에는 10kg을 한 달 동안 온전히 소비하지 못하는 3인 가구도 많다.
소포장 단위의 쌀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쌀값을 얘기하는 단위는 80kg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15일 기준 산지 쌀값도 1kg 기준인 2310.6원이라고 하지 않고 20kg 기준인 4만6212원이라고 하거나 80kg 기준인 18만4848원이라고 한다. 가격을 얘기하면서 3인 가구 기준 반년 가량 먹을 양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쌀뿐일 것이다.
이러한 단위 표시는 소비자의 심리적 저지선이 될 수 있다. 최근 농업계에서는 쌀값 폭락으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쌀값 지지 목표로 발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 농업계에서는 20만 원, 21만 원, 23만 원 등 다양한 목표가격을 얘기하지만 소비자는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단위가 80kg이기 때문이다. 농업계가 얘기하는 쌀값 20만 원은 1kg에 2500원을 보장해달라는 얘기다. 쉽게 말해 한 달에 4.4kg의 쌀을 소비하는 1인 가구가 한 달간 소비하는 밥의 원가를 최소 1만1000원은 되게 해달라는 주장이다. 23만 원은 1만2650원이다.
많은 식품이 100g을 단위로 단위당 가격을 표기하고 있다. 가마니로 구매하는 이들을 찾기 어려워진 지금 쌀 역시도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20kg이나 80kg 단위 대신 1kg 단위 표기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