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헤즈볼라 전쟁 등을 보면서 우리는 평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자국의 이익, 힘의 논리 등이 전쟁의 현장에선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는 국산 전투기 엔진 개발이나 백신 개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항공 엔진 개발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 개발은 각각 항공 산업과 농업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분야 모두 기술적 도전과 과학적 연구가 필수적이며, 국가 경제와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항공 엔진 개발을 살펴보면 세계적으로 현재 독자 항공 엔진 기술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6개국만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항공 엔진 국산화를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엔진과 동급 수준 내지는 그 이상의 엔진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는데 이는 앞으로 KF-21의 수출이나 스텔스 기능 강화 등에 있어 결과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ASF 백신 개발도 전 세계적으로 긴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SF는 돼지에 치명적인 질병으로 대규모 발병 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중국은 물론 베트남, 필리핀 등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9년 9월 ASF가 발생하면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가, 방역당국의 노력으로 ASF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관리가 어느 정도 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는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ASF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경제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농가의 생계와 식량 확보 등에 위협이 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백신 개발은 ASF를 통제하는 것은 물론 돼지고기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항공 엔진 개발은 우리나라의 항공 산업을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다. 이는 항공기 제작뿐만 아니라 부품 산업, 유지보수 서비스 등 연관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고용 창출 효과와 관련 인력의 기술 수준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ASF 백신 개발도 농업 생태계와 축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코미팜은 ASF 수출용 백신 개발과 관련해 필리핀에서 임상 승인을 앞두고 있고 태국에선 두 곳의 대학과 임상 시험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항공 엔진 개발이 국제적인 협력, 기술 교류와 공동 연구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국제 인증을 획득하는 것이 필수적이듯 ASF 백신 개발도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수출을 위해선 정부의 ASF 백신 제조시설기준 설정이 중요하며, 현재의 생물안전 3등급(BL3) 규정으로 분류돼 있는 병원성 야외주와 충분한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확인된 백신주에 대한 취급 규정에 구분 관리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항공 엔진 개발과 ASF 백신 개발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ASF 백신 개발 과정에서 국내 취급 규정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