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파멸은 모든 인간이 달려가는 최종 목적지다. 공유자원은 자유롭게 이용해야 한다고 믿는 사회에서 각 개인이 자신의 최대 이익만을 추구할 때 도달하는 곳이 바로 이 파멸인 것이다. 이처럼 공유자원에서 보장되는 자유는 모두를 파멸의 길로 이끈다.’

저명한 생물학자 개릿 하딘은 1968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이같이 은유적으로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공유지의 비극은 공유자원을 사유화하거나 정부권력이 개입해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해결한다. 2009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은 공유자원 관리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바로 공동체의 자치다.

공유자원을 이용하는 대표적 산업 중 하나인 수산업계에서도 공동체에 의한 자원관리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2000년대부터 시행한 자율관리어업육성지원사업을 통해 공유자원인 수산자원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변변치 않다. 정부의 정책은 공동체의 숫자가 늘어나는데 몰두해 자율관리와 어울리지 않는 공동체를 포함시켰고 공동체는 수산자원의 관리보다는 정부의 지원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는 이제 독립자율을 외친다. 천대원 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장은 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자율관리어업육성사업을 집행하는 한국수산회라는 옥상옥을 유지하기 위해 혈세를 낭비하는 동시에 자율적이어야 할 조직을 타율적인 조직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개인적으로 이같은 천 회장의 주장에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독립자율을 말하기에 앞서 자신들부터 정부 재정사업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의 지원에 기대면서 독립과 자율을 외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태다. 특히 정부의 지원금을 마치 맡겨놓은 돈을 찾아가듯 주장하는 것부터 달라져야 한다.

올해는 자율관리어업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제2차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해다. 앞으로의 5년을 또다시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면 올해 수립할 종합계획에는 자율관리어업육성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수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한다. 특히 정부에서 어업관리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한 만큼 공유자원과 무관한 공동체를 지원대상에서 과감히 배제하고 매년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평가가 아닌 공동체의 자치를 통해 수산자원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 이같은 질적 성장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육성사업은 무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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