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지난해는 기후 온난화 등으로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한해였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해 농산물의 재배적지도 점점 변화하고 있다. 기존보다 따뜻한 기후를 필요로 하는 작물이 더 북쪽이나 고지대로 이동하고 있는 반면 기존의 주산지로 불리는 지역은 높아진 온도로 인해 예기치 못한 농산물의 품질 저하와 생산량 감소가 발생하곤한다.

농업 전문가들은 연평균 기온이 1도 상승 시 재배적지가 81km 북상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감귤하면 제주로 인식될 정도로 재배적지였지만 요즈음에는 전남 고흥, 경남 통영·진주에서도 많이 재배되고 있으며, 경북 영천 등이 주산지 였던 사과 역시 강원 춘천·양구·정선·영월에서 재배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강원지역의 사과 재배면적은 104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121710배 이상 늘었다. 그 사이 대표적인 사과 주산지였던 경북지역의 시장점유율이 63%에서 59%4%포인트 하락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2050년이 되며 우리나라에서 사과를 재배할수 있는 곳은 강원 고랭지 지역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밖에 전남지역에서 주로 재배했던 배는 충남이 주산지가 됐으며, 경북 청도가 주산지던 복숭아는 충북 음성·충주, 강원 원주·춘천에서, 경남 김해·창원·밀양에서 많이 재배하던 단감은 경북 칠곡·영덕·포항에서, 경북 김천에서 주로 재배하던 포도는 최근에는 강원 영월에서도 재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망고, 바나나, 파파야 등과 같은 아열대 과일의 재배도 점차 늘고 있다.

이 같은 재배적지 변화에 정부도 농업분야의 대응을 위해 2023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이라는 3개년 대책을 수립하고 작물·축산 생산성 변화 진단·예측 강화 기상재해 사전대비를 위한 경보 강화 병해충 모니터링, 예측·방제 강화 기후·기상 종합정보 제공 등을 중점 추진 중이다. 더불어 농림축산식품부도 차관을 위원장으로 기후영향평가 자문위원회를 두고 농업·농촌에 미치는 영향과 취약성을 평가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있어 기후위기하면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정작 재배적지 변화에 따른 대응 정책은 여전히 선언적인 의미에 그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비단 필자만의 생각이 아닌 듯 싶다. 최근 만난 춘천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한 농가도 사과 주산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정작 주산지로서 갖춰야 할 것들은 모든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전했다.

새로운 주산지가 형성되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기후 조건뿐만 아니라 기계화·저장유통시설·운송망 등 농업 인프라와 물류 시스템에 더해 숙련된 노동력과 정부 지원, 브랜드 마케팅까지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해당 지역이 특정 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하고 지속적으로 높은 생산량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을 갖춰야 비로소 주산지로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과제이고 더욱이 지자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농산물 재배적지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의 농업 방식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자칫 대응이 부족할 경우 식량 생산 감소, 경제적 손실, 생태계 파괴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인들이 특정 작물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재배적지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기존 주산지로 불리는 재배지에서의 생산성 저하는 지역 농가의 소득 감소로 나타나고 이는 지역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농산물 재배적지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단순한 농업 문제가 아니라 식량 안보, 경제, 환경 보호, 새로운 산업 기회 창출 등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재인식하고 모두가 힘을 모아 대응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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