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2020년은 농업정책에 있어 큰 변화를 맞이했던 해였다. 바로 정부가 수십년간 이어져온 직불제를 개편, 농업인의 소득안정과 형평성을 제고시키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증진하기 위해 공익직불제를 시행한 첫해였다. 정부는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5년마다 의무적으로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을 국회 심의를 거쳐 다시 수립하도록 돼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2025~2029 제1차 공익직불제 기본계획안을 수립,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 상황이다.
공익직불제 시행 5년을 반추해 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20년 2조36010억 원이었던 공익기능증진직불기금 예산이 지난해 2조8702억 원으로 늘었으며, 농지요건 완화로 수혜대상 범위도 확대됐고 소규모 농가에 대한 직불금 단가 인상과 전략작물직불제, 저탄소농업 프로그램 등의 도입도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128만4000농가, 107만6000ha의 농지에 총 2조3084억 원의 공익직불금이 지급되기도 했다. 특히 0.5ha 이하 소농이 전체 지급건수의 59%를 차지했다. 이를 2ha 이하 농가까지로 대상을 확대하면 62.3%에 달해 도입 목적이던 직불금 지급의 형평성 제고에도 일정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다. 농업소득은 1000만 원 언저리에서 정체상태고 농가 경영의 불확실성은 높아만지고 있다. 낮은 식량자급률과 농산물 가격 불안도 여전하고 특히 농업·농촌의 공익기능 창출도 미흡한게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부도 이번 5개년 기본계획안을 마련하며 △식량안보, 환경보전 등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농가 소득·경영 안정 기능 강화 △세대전환, 기술혁신 등 미래성장 뒷받침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기본형 공익직불제의 경우 농업 구조개선 촉진, 지급대상 자격요건 합리화, 준수사항 정비를, 선택형 공익직불제의 경우 전략작물직불제·친환경직불제·경관보전직불제 확대, 저탄소농업프로그램 확대, 청년농 육성·기후변화 적응·동물복지 등 농업 미래성장 산업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신규 직불 발굴, 기후·환경분야 선택형 공익직불제 통합·체계화 등을 중점 과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안에 대해 농해수위가 지난해 12월 26일과 지난 6일 두차례에 걸쳐 논의를 이어갔지만 야당과 농식품부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현재로서는 상임위 통과 시점을 예단키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큰 이견은 2029년 농업직불금 5조 원 확보를 위한 연도별 소요 재원 내역이 수립되지 않아 소위 보여주기식 기본계획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연차별 재원조달계획과 이에 대한 세부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기본계획은 향후 5년동안의 추진방향을 담은 것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매년 수립 예정인 세부실행계획에 담겨질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향후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익직불제가 농업이 당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하지만 농업인의 기초 소득안정망을 확보하고 농업의 구조개선은 물론 농업·농촌의 공익증진과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며 나아가 농촌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하는 핵심이고 기초가 되는 제도임이 분명하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반드시 뒷받침 돼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어떤 정치적 변화에서도 제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난 5년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초당적 협력과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농가의 소득안정과 농업의 공익기능 증진이라는 본래 공익직불제의 도입 취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좀 더 업그레이드된 공익직불제가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