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박유신 기자]

정부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2004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추진한지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투입된 재원만도 총 178조 원에 달한다.

그 사이 과연 농어업인의 삶의 질은 나아졌고 농어촌지역 개발은 활발히 이뤄졌는가. 한마디로 농어촌 생활인프라 확충 등의 성과는 있었지만 농어촌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도시와 농촌 간 정주만족도 격차를 해소하기에도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주요 지표만 살펴보더라도 지난 20년간 농어업인의 삶의 질은 크게 변한 게 없어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 인구수는 19701867만 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1차 삶의 질 기본계획이 종료된 2010876만 명을 기록하며 반등한 후 2023967만 명을 기록, 전체 인구의 18.7%을 차지했다. 수치적으로 농어촌 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2020976만 명(18.8%), 2021972만 명(18.8%), 2023961만 명(18.6%) 2020년대 들어서며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상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농어촌의 실상은 청년층의 도시 쏠림과 심각한 고령화로 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실제 농어촌 인구대비 청년과 고령 인구 비중을 보면 2010년 각각 23%, 21%에서 202321%, 26%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농어촌이라 칭해지는 읍·면 단위의 2000명 미만의 인구 과소지역은 2000177개소에서 2023392개소로 2배 이상 늘었다.

삶의 질 역시 도·농간 정주 만족도 격차가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농촌진흥청이 삶에 대한 행복감을 측정한 결과 201458.7점에서 202362.2점으로 뚜렷한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년간 농어촌의 사회서비스 인프라 개선에 나섰음에도 왜 여전히 농어촌에서의 삶은 빡빡할까. 농어업인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살펴보면 지난 20년간 정주여건 인프라는 크게 개선됐다. 면지역 상수도 보급률이 201366.4%에서 202383.5%17.1%포인트 높아졌으며, 군지역 하수도 보급률과 읍지역 도시가스 보급률도 같은 기간 각각 63.7%, 47.9%에서 77.8%, 72.7%로 높아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구 과소지역이 늘면서 전국 행정리 중 73.5%가 소매점이 없는 식품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률이 2022년 기준 서울 89.5%, 충남 67%, 경북 63.9%를 보이는 등 대도시와 수도권에 의료기관이 집중되면서 의료 공급·이용의 불균형 문제도 지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어촌 주민의 만성질환 유병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 간 특히 농어촌일수록 그 격차는 여전한 것이다.

여기에 농어촌의 경제·일자리 역시 농촌융복합산업 육성,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하지만 도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15~2022년 사업체 수 연평균 증가율을 보면 농어촌은 8.4%로 전국 평균 6.8% 보다 높았지만 사업체 수로 보면 2022년 기준 도시는 479만 개인데 반해 농어촌은 135만 개에 불과해 여전히 농어촌 지역에서 일자리 찾기도 쉽지 않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기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교육·문화 관련 인프라도 취약하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 인구 감소로 농어촌 지역 학생 수는 2018915607명에서 지난해 83569명으로 급감하면서 폐교 수도 지난달 1일 기준 전남 844개소, 경북 731개소, 경남 586개소, 강원 482개소에 달했다.

이 같은 결과에서 보듯 정부가 그동안 4차례의 기본계획을 통해 기대했던 도·농간 삶의 질 격차 해소는 현실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로 확인된 만큼 이제라도 정책의 변화가 요구된다.

그런 차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얼마전 올해부터 2029년까지 추진하게 될 5차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 5개년 기본계획’(이하 삶의 질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정책의 틀을 전환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동안 추진해 왔던 정책 방식으로는 삶의 질 향상과 농어촌 지역개발을 도모하기 역부족이라는 반성아래 농어촌 지역의 생활인구 확대에 주안점을 두고 일자리와 복지서비스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해 기대된다.

삶의 질 기본계획은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정책 계획이자 국가의 중요한 약속이기도 하다.

5년 후에는 농어업인이 행복한 삶을 보장받고 농어촌이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로서 거급나는 공간으로 탈바꿈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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