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송한 중소조선연구원 단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안전 확보·지키기 위해 불편 감수해야
정부의 지속적 지원과 관련 장비 개발
함께 일하는 동료 생명 지킬 수 있다는 어업인의 인식 개선도 선행돼야
최근 5년간 선박에 의한 해양사고 총 1만6707척 중 어선 사고가 1만796척(64.6%)이고 인명피해는 전체 선박 사고 인명피해(사망, 실종)에 있어 약 8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어업분야 사망율은 건설업의 약 3.8배, 제조업의 약 7배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특히 인명피해 사고 중 실족, 양망기사고, 어구에 의한 사고 등 안전사고의 비율이 전복‧침몰‧충돌 등 타 사고에 비해 전체 사고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타 산업에 비해 높은 인명피해와 사망률을 기록해 왔던 연근해어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규모로 확대되며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안전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높은 수준의 형사책임을 부과하게 돼 이에 대비한 적정 대응방안 마련이 부재할 경우 처벌 대상자에게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이를 수도 있는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어업분야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보건관리 체계나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을 어업인들이 어떻게 준비를 해 나가야 되는지에 대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실정이다.
설사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보급된다 할지라도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조업을 해야 하는 산업의 특성상 관련 교육을 어업인들이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어선의 안전한 조업‧항행과 어선원의 안전‧보건 증진, 재해예방을 위해 어선안전조업법이 2020년 8월 시행됐고 정부는 어선안전조업 기본계획을 수립해 해상사고 인명피해 예방과 종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보다 중요한 것은 어업현장에서의 적용이다. 어선에서 조업과 작업을 하고 있는 어업인 스스로 사고 예방과 자신의 안전을 위한 구명조끼과 안전장갑 등 개인 보호장비 착용이 선행돼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안전모, 안전화, 안전줄 등 개인 보호구 착용 의무화는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강화됐다. 특히 1981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환점이었다. 산안법이 시행되면서 건설현장 작업자는 작업 중 반드시 보호구를 착용하도록 법적 의무가 명확히 규정됐다. 물론 1970년대에도 기본적인 안전규정은 있었지만 강제성과 감독이 약해 유명무실했다.
하지만 이러한 안전강화에 대한 법적 의무 적용에 대해 당시 업계와 작업자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작업자의 반응은 ‘덥고 답답하다’, ‘작업에 방해된다’, ‘익숙하지 않고 오래 착용하면 불편하고 무겁다’ 등 불편함을 크게 나타냈다. 이런 이유로 안전모를 벗거나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매우 흔했다. 건설업체 역시 장비 구매비용 부담을 불평했고 ‘작업자들이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문제’, ‘작업효율이 떨어진다’ 등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이러한 안전규정이 자리를 잡음에 따라 가시적인 사고 감소 효과가 나타났고 현재는 안전규정을 지키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다.
어선에서는 태풍‧풍랑 특보나 예비특보 발효 중에 외부에 노출된 갑판에 있는 경우에만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승선인원이 2명 이하인 어선은 실족 등으로 해상추락 사고가 발생할 경우 추락한 인원을 구조하기 어려워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어선에 승선하는 인원이 2명 이하인 경우에도 구명조끼 상시 착용을 의무화했고 향후 지속적으로 구명조끼 보급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 한다.
그러나 어업현장에서는 1980년대 건설현장에서 시행한 개인 보호구 착용 의무화 때와 같이 ‘불편하다’,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 등 많은 불만이 제기되며 구명조끼가 불편해 작업 중 착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안전을 확보하고 지키기 위해서 자는 불편하고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어려움과 불편함이 자신의 안전과 함께 일하는 동료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우리 어업인들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하는 시점이다. 물론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관련 어선 안전장비‧기구의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장비들이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착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