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남종 기자]
농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농업용 로봇 기술이 밭고랑을 채울수 있을까.
최근 전 세계 농업 현장에서는 로봇이 새로운 일꾼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구 증가와 기후 위기, 노동력 부족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한 농업이 첨단 기술과 융합하며 스마트팜의 시대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농기계,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농업용 로봇이 논밭을 누비며 인간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다.
농업은 여전히 3D 산업(Dirty, Dangerous, Difficult)으로 불리며 청년 기피 분야 1순위로 꼽힌다. 고령화로 농업 인구는 감소하고 기후변화는 작물 생산량을 위협하고 있으며 농약·비료 과용은 환경 오염을 부추긴다는 비난여론이 잔존한다. 더욱이 단순 노동에 의존하는 재배·수확 과정은 효율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현존하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 농업용 로봇은 농업의 미래에 대한 대응책으로 대두된다.
일본의 경우 로봇 트랙터는 고령화로 인한 인력 공백을 메우며 자율주행으로 밤낮없이 논밭을 경작, 1인 농가도 대규모 농장을 운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정밀 농업을 현실화 하고 있는 미국은 AI 콤바인으로 위성 데이터와 실시간 작물 분석을 결합해 최적의 수확 시점을 스스로 판단, 낭비를 30% 이상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환경보호 측면에 네덜란드의 딸기 수확 로봇은 컴퓨터 비전으로 익은 과일만 선별해 수확, 화학 비료 사용을 최소화하는 정밀 투약 시스템을 연동하고 있다.
관련 학회보고에 따르면 농업 로봇의 3대 혁신기술 트렌드는 3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첫 번째, AI 영상 인식. 작물의 병해충을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아그로봇(AgroBo)은 잎사귀의 미세한 반점까지 분석해 초기 감염을 포착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스타트업 메로피(Meropy)의 곡물 모니터링 로봇은 360도 카메라로 밀밭을 스캔해 생장 상태를 예측한다.
두 번째는 자율 주행과 협업 시스템이다. 실례로 드론과 지상 로봇이 협업해 종자 파종부터 관개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호주의 스웜팜(SwarmFarm)시스템은 인간의 개입 없이 1000ha 농지를 관리한다.
세 번째는 소프트 로보틱스기술로, 부드러운 그립핑 기술로 토마토·딸기 등 취약한 작물을 손상 없이 수확하는 로봇 팔(이스라엘 'FFRobotics')이 대표적이다.
반면 농업용 로봇이 본격 보급되기 위해선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는 지적이다.
농장 환경의 복잡성으로 예측 불가한 날씨, 고르지 않은 지형, 다양한 작물 특성에 맞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이 크게 꼽힌다. 또한 초기 투자 비용을 고려하면 소농이 대부분인 국가에선 고가의 로봇 도입이 쉽지 않아 대여·공유 모델 등 새로운 사업 전략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데이터 보안과 표준화에 대해 농장 데이터의 소유권 문제와 각국별 상이한 농기계 규정이 기술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관련 학회에서는 앞으로 10년 안에 디지털 트윈(가상 농장 모델링)기술이 발전하면 로봇들은 시뮬레이션으로 검증된 농업 전략을 현장에 그대로 구현하는 '현실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농업인은 관리자에서 전략가로 진화하고 로봇과 함께 더 스마트한 식량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농업용 로봇의 확산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농업의 가치 재발견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첨단 기술이 인간의 오랜 지혜와 결합할 때, 우리는 비로소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이 수확하는 첫 번째 열매가 '효율'이 아니라 '협업'과 '공존'의 가치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