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이문예 기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헌법 제11조 1항은 국민의 평등권을 말하고 있다. 성별에 의한 차별, 즉 남녀차별금지도 명시하고 있지만 농업에선 여전히 지켜내기 어려운 권리처럼 느껴진다.

우리나라와 정서적·사회적 여건이 유사한 일본의 경우 여성농업인이 가족경영협정을 통해 경영주로 인정받았다면 교육, 자금 지원, 보조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족경영협정은 함께 농업을 영위하는 가족 모두가 자신들의 역할과 여건 등에 합의해 체결하는 협정이다.

프랑스는 여성농업인이 공동경영주를 포함하는 ‘경영주’, ‘배우자-협력자’, ‘임금노동자’ 중 하나의 지위를 반드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비용 분담 정도에 따라 권리와 의무의 강도가 결정된다. 단 여성농업인인에게 특별히 유리한 지원은 없다. 경영주와 공동경영주의 차별이 없다는 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성농업인의 권리와 의무를 논함에 있어 이 두 나라가 전제로 하고 있는 경영주 혹은 공동경영주의 지위 인정에 대한 문제조차 미완성에 있다. 공동경영주 등록 제도가 있지만 공동경영주 등록이 경영주와 동일한 지위와 권리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그마저도 생계를 위해 농업 외에 투잡, 쓰리잡을 뛰면 얼마를 벌든 공동경영주 지위를 박탈 당한다.

여성농업인의 지위 향상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여성이 경영주로 인정받고 한 명의 주체적인 농업인으로 존재할 수 있느냐다. 기업은 사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야 사원 개개인의 직무 효율도 높아지고 조직에도 활력이 돌기 때문이다. 정부가 여성농업인 육성 5개년 기본계획에 따라 행복한 삶터·일터·쉼터를 구현하려면 여성농업인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소속감을 갖게 하는 일부터 팔걷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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