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국가산림위성정보활용센터장
기후위기 속 산불, 언제든 재발 가능
드론 등 첨단장비와 AI 기술 연계한
통합형 산불 대난관리체계 구축 시급
국가 차원 인프라 구축·인력 양성 필요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지난 3월 경북 북부에서 발생한 초고속 대형산불은 짧은 시간 내에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되며 막대한 산림 자원과 인명, 재산 피해를 초래했다. 특히 건조한 날씨와 강풍, 지형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존의 산불 대응 체계만으로는 초기 진화와 확산 억제에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이번 재난을 계기로 지상-드론-항공-위성 등 첨단 장비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해 산불의 예방, 조기탐지, 신속대응, 사후복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재난관리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는 위성을 활용한 산불 감시·대응 시스템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은 모디스(MODIS)와 비얼스(VIIRS) 위성영상을 통해 산불 발생 징후를 준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유럽의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프로그램도 센티넬(Sentinel) 위성으로 산불 감시와 확산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위성감시 시스템은 가시광선, 적외선, 열적외선, 영상 분석을 통해 주야간 구분 없이 산불 발생 지점을 조기에 포착하고 산불 확산 방향과 속도, 연기 이동 경로까지 분석한다.

국내에서도 천리안 2A, 2B 위성을 활용해 산림과 대기 환경 감시체계를 운용하고 있으나 이번 초고속 산불에서 나타난 것처럼 실시간 데이터 활용과 현장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산불 발생 징후와 확산 범위를 초단기로 탐지하고 대응속도를 높이기 위해 드론과 소형 유·무인 항공기(UAV)를 전진 배치하고 위성 영상과 연계한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특히 주야간 산불 감시를 위해 열화상 드론과 야간 비행이 가능한 무인항공기를 활용하면 위성의 재방문 주기나 기상 악화로 인한 감시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AI 기반 영상 분석 기술은 산림 지역 내 연기, 열원, 화염 패턴을 자동으로 탐지해 위성과 드론 데이터로부터 산불 가능성을 사전에 판단할 수 있다. 최근에는 AI 딥러닝을 활용해 산불확산예측 모델을 고도화하고 풍속, 지형, 식생 등의 정보까지 반영해 시간대별 확산경로를 예측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된 차세대 중형위성 4호기인 농림위성(CAS500-4)이 내년 8월경 우주로 발사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농림위성은 국내 광학위성 최초로 120km를 한 번에 촬영할 수 있으며 3일이면 한반도 전체를 촬영할 수 있어 ‘더 넓고 빠르고 정확하게’ 산림을 관측할 수 있다. 앞으로 농림위성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위성정보를 융합해 활용한다면 지상-공중-우주관측이 연계돼 공백없는 국가산림재난 상시 감시체계가 운영될 수 있다.

더불어 재난 상황에서의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위성, 항공, 헬기, 드론, CCTV, 기상 데이터를 통합한 산불 상황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와 유관기관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협업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사례로는 미국과 캐나다의 산불정보시스템(FIRMS), 유럽의 코페르니쿠스 긴급 재난대응 서비스(CEMS), 호주의 AFMS(Australian Fire Management System)’가 대표적이다.

호주의 산불관리시스템은 위성과 드론 데이터를 통합해 산불 발생 지점을 실시간으로 표시하고 인접 지역 대피와 소방 인력 배치를 자동화해 산불 대응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기후위기 상황에서 올해 경북 북부 산불과 같은 대형 국가재난이 언제 재발할지 알 수 없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드론, 항공기, 위성 등 첨단장비와 AI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통합형 산불 재난관리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산불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초기 진압과 확산 차단을 위한 신속한 대응, 피해 최소화, 재난 사후복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국가 차원의 인프라 구축과 기술 고도화, 인력 양성을 적극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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