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위기. 기자가 되고 수산업 관련 기관과 단체를 출입한 지도 10년이 한참 지났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장 많이 듣고, 또 쓴 내용은 수산업과 어촌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었다.
수산업은 세계 최빈국인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종잣돈을 댄 산업이다. 원양어업으로 벌어들인 외화는 농어업 중심의 국가가 경공업을 넘어 중공업으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했고 연근해에서 생산한 수산물은 수출품인 동시에 먹거리가 부족한 시절 국민들에게 공급되는 질 좋은 단백질 먹거리였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수산업‧어촌은 사회의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위기를 입에 달고 사는 곤궁한 처지가 됐다. 최근 들어 그 위기의 강도는 수산업계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남획과 기후변화, 해양에 대한 개발행위 등으로 촉발된 수산자원감소는 수산업의 근본을 뒤흔들고 있으며 낡고 낙후된 어선, 노동집약적인데다 위험하기까지한 어업현장으로 인해 수산업은 젊은 층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토지, 노동, 자본이라는 생산의 세가지 요소 모두에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어촌 역시 마찬가지다. 1970년 116만 명이 넘었던 어가인구는 지난해 8만 4000명 수준으로 줄었고 어가의 고령화율은 50%를 넘어섰다. ‘일할 사람이 없다’는 어촌마을의 한숨이 사실로 확인되는 수치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했다. 새로 들어선 정부에게 수산업‧어촌은 고령화의 그늘, 인구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일지도 모른다. 10여 년간 수산업‧어촌 현장을 취재해 온 기자의 입장에서 이재명 정부에 바라는 것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 대신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수산자원의 변동성 뿐만 아니라 외교, 통상 등 불확실성이 둘러싸고 있는 수산업‧어촌의 위기가 아닌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외부 여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초체력을 키우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대사다. 새 정부의 수산정책은 단발성 대책이 아닌 수산업계가 어떠한 여건 변화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력을 세게 만드는 방향으로 수립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