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 이후에도 시장종사자 위생인식 개선 '한계'
경매장은 폐쇄형으로 마련됐지만 시장의 시설 항상 열려있어
쥐 등 위해요소에 노출
국비만 1540억 원 투입됐지만 최근 5년간 유지관리비 연평균 22억 원에 그쳐
수산물 소비촉진 예산 연간 1억5000만~1억8000만 원으로 미미
수입 수산물 상장금액 5년새 13% 증가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초여름 더위가 찾아온 지난 9일 점심 무렵, 노량진수산시장은 대체로 한가한 모습이었다. 시장을 찾은 손님도 많지 않았고 상인들은 한가한 중에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2016년 3월 16일 첫 경매를 시작했던 지금의 노량진수산시장은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노후시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현대화 이후 10년간 현대화사업의 주요 목표였던 수산물의 위생‧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을까?

 

# 위생‧안전성 관리 안되는 경매시설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물 소비지 도매시장. 노량진수산시장을 설명하면 꼬리표처럼 붙는 표현이다. 1000만 명에 가까운 서울시민들에게 수산물을 공급하는 노량진수산시장은 현대화사업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위생‧안전성의 확보가 꼽힌다.

이 때문에 시장을 설계할 당시 경매장에서는 수산물의 위생‧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폐쇄형 시설로 마련됐다. 하지만 현대화된 노량진수산시장은 개장 이후 폐쇄된 환경에서 경매가 이뤄진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한강변에 위치해 쥐, 고양이, 곤충 등 수산물의 위생‧안전성을 해칠 수 있는 위해요소가 많지만 시장의 시설은 항상 열려있다.

지난 9일 찾은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외부인인 기자는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모든 출입구가 열린 경매장으로 진입할 수 있었고 진입로에서 손과 발을 세척하기 위한 어떠한 위생시설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매구역에 위치한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화장실을 다녀온 사람들은 오염된 신발을 신고 수산물이 적재된 경매장을 활보할 수 있는 구조였다.

경매장으로 진입하자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현수막 아래로 시장종사자가 담뱃불을 붙이며 경매구역을 가로질렀고 그 외에도 여러 종사자들이 금연구역이라는 안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태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식품을 다루는 기업이 원료를 반입하는 곳을 이토록 허술하게 관리할 수 있을까? 시장이 현대화된 지 10년 차를 맞았지만 수산물 위생에 관한 시장종사자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시장을 관리해야하는 수협노량진수산(주)의 관리 역시 여전히 허술한 것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 지켜지지 않은 약속…유지‧관리도 ‘소홀’

경매구역을 지나 소매판매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온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엘리베이터에는 지하 1층을 ‘수산물 가공처리장’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정작 지하 1층은 먹거리를 다루는 곳이라고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 에어컨 가동이 많지 않은 6월 초순부터 실외기에서 많은 열기가 배출되는 터라 한여름이 되면 종사자들이 겪을 고충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하절기가 되면 과열로 인한 화재의 위험도 커질 것으로 보였다.

수협노량진수산 측 역시 오래전부터 이를 인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개선하지 않고 있다. 임준택 전 수협중앙회장 재임시절에 수협노량진수산이 현대화사업 과정에서 시장의 공조시스템 전체를 중앙냉방으로 개선하겠다고 상인들과 약속했으나 아직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사계절 냉난방이 이뤄지는 6층 사무공간에서 쾌적하게 일하는 수협노량진수산의 직원들과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기와 사투를 벌여야 하는 시장종사자의 모습이 대비될 수밖에 없다.

또다른 문제점은 유지‧관리의 소홀로 10년 밖에 되지 않은 건물 곳곳이 빠르게 노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 2층의 시설에는 천장에서 물방울이 일정한 템포로 떨어졌고 지하 2층의 기둥 곳곳은 페인트 칠이 벗겨진 채 흉한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경매구역의 밸브함 등 철제시설물 상당수는 칠이 벗겨져 녹이 슬고 있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현대화사업에는 국비만 1540억 원이 투입됐지만 시장을 운영하는 수협노량진수산은 시장의 유지‧관리에 최근 5년간 연평균 22억 원을 사용하는데 그쳤다. 막대한 국고를 투입해 조성한 시설이지만 유지보수에 사용되는 예산은 터무니없이 적은 셈이다.

# 잃어버린 공공성

노량진수산시장은 수협중앙회가 소유하고 수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소유한 수협노량진수산이 운영하는 구조다. 수협중앙회는 공직유관기관으로 공공성이 중요하지만 노량진수산시장이 수협의 설립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되는지는 의문이다.

이날 찾은 노량진수산시장 건물 외벽에는 ‘수요일은 수산물 먹는 날’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수산물 소비 촉진의 최일선에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인만큼 수산물 소비확대를 위한 홍보는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화려한 외형속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협노량진수산이 편성한 수산물 소비촉진 예산(광고선전비)은 연간 1억5000만~1억8000만 원 수준이다. 상장금액만 연간 3300억 원에 달하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편성한 소비촉진 예산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예산이다.

또한 노량진수산시장의 상장금액에서 수입수산물 상장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세에 있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노량진수산시장은 농안법상 중앙도매시장으로 수탁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수협노량진수산이 국내 산지에 대한 영업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수협노량진수산에 따르면 수입수산물의 상장금액은 2020년 1168억 원에서 지난해 1326억 원으로 최근 5년 사이에 13% 가량 늘었고 같은 기간 수입수산물의 상장액이 전체 상장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에서 39%로 3% 포인트 높아졌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시장을 현대화한 것은 수협중앙회의 자산을 증식시켜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산물 유통과정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시장의 운영과정을 보면 수산물 소비촉진 등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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