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은 농촌진흥청 기후변화대응과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지속 가능한 농업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지금, 농업 분야의 탄소중립은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우리나라 또한 2018년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한 2030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아래 전 분야가 탄소중립에 힘을 쏟는 중이다. 농업 분야의 실질적 기여 확대도 강하게 요구되는 요즘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올해부터 ‘온실가스 감축 사업과 연계한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 방법론 개발’이라는 새로운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 과제는 농산물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을 분석하는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 기법을 기반으로 저탄소 농업기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전과정목록 데이터베이스(LCI DB)를 구축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닌, 국가 정책과 제도 개선에 직접 이바지하는 핵심 전략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평가 대상은 벼, 콩, 사과와 같은 주요 식량 작물이며, 중간물떼기, 바이오차 활용, 축산 사육 기간 단축 등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검증된 기술들이 포함된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범주규칙(PCR) 개발,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 분석, 기술 경제성 평가, 인증기술의 추천 기준 정립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연구 결과는 정교한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도의 설계, 농가의 자발적 참여 확대, 수출 경쟁력 확보 등에 활용될 계획이다.

이와 같은 노력은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구축된 기반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환경부는 2021년 ‘국가 전과정목록 데이터베이스 중장기 계획(2022~2030년)’을 세웠고, 농진청 또한 2012년부터 농산물 91종과 농자재 133종 등 총 224종의 환경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왔다. 특히 2023년에는 91종의 농산물 데이터베이스를 전면 개정함으로써 데이터의 신뢰도와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부 데이터베이스는 최신 생산기술과 유통경로, 환경기준을 반영하지 못한 채 노후화되고 있다. 특히 비료, 농약 등 농자재 분야는 산업 구조의 급속한 변화와 국제 환경 규제의 강화에 발맞춘 데이터 최신화 작업이 시급하다. 

또한 농업 분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국가 통계자료를 꼭 활용해야 하므로 환경부와의 협의 체계를 긴밀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현재 농업 전과정목록 데이터베이스는 환경성 평가 도구인 토탈(TOTAL) 기반으로 구축돼 있다. 그러나 환경부의 국가 데이터베이스는 가비(GaBi)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데이터 간 호환성과 정합성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은 단지 선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과학적 검증과 수치로 입증되는 실천만이 정책적 신뢰를 얻는다. 농업은 생산과 소비, 환경과 생태가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복합 시스템이기에 효과를 정량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국가 탄소중립 전략과 국제 규제에 동시에 부합하는 농업 환경정보 체계 구축의 대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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