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 개발을 놓고 국내 기업이 획기적인 성과를 발표했다. 임신 모돈을 대상으로 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성공적으로 입증한 연구 결과를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출판사인 와일리(Wiely)의 과학 분야 전문 저널에 게재하면서 ASF 백신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코미팜 중앙연구소의 서정향 박사팀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임신 모돈 5마리에 ‘ASF-G-ΔI177L’에서 유래한 약독화 생백신인 ‘ASFV-G-ΔI177L/ΔLVR’의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백신이 안정적인 돼지 세포주에서 효율적인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매우 고무적인데 백신 접종 후 임신 모돈에서 어떠한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고 높은 수준의 ASF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것이 확인됐다. 또한 백신 접종 모돈에서 임상 증상 없이 정상적인 분만이 이뤄졌고 유산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더불어 출생한 자돈에서는 모돈과 유사한 수준의 ASF 항체가 검출됐다.
이런 가운데 코미팜은 해외 임상시험과 관련해 지난 14일 필리핀 정부로부터 관련 서류를 공식 수령했다.
코미팜은 이번 성공적인 실험 결과를 발판 삼아 필리핀에서 지속적으로 ASF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대규모 야외 임상시험을 위해 필리핀으로 조만간 출국할 예정이다. 이 야외 시험이 성공하면 아시아 양돈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ASF로 인해 고통받는 전 세계 양돈 농가에 이른바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필리핀으로의 백신 반출과 통관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확인서 발급도 완료돼 세관 통과가 가능해졌다. 필리핀 정부는 모돈과 자돈에 대한 일선 농장 단위 백신 시험에서 자돈이 먼저 끝나면 우선 접종 허가를 하고 모돈은 추가 승인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지 상황에 맞춘 유연한 대응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생산과 수출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생산량에 제약이 있어 필리핀 수출 물량 전체를 당장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코미팜은 냉동고 추가 설치 등으로 보관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연말까지 돼지 약 60만 마리분의 백신을 보관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코미팜의 해외 진출 계획에 들어 있는 베트남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기본적으로 베트남은 정부의 강한 통제와 국수주의적인 정책으로 인해 한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하기 위해선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베트남 회사 지분을 일정부분 확보하거나 현지 GMP 승인 회사에 기술 전수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뒤따를 수 있다.
코미팜은 ASF 백신 개발과 관련해 미국의 전문가로부터 생물안전2등급(BL2) 시설 관련 자문을 구하는 등 국제적인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 이뤄질 미국 내 상황과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ASF 취급 기준 관련 규정 확정 등은 ASF 백신 개발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정보이고 코미팜의 백신 개발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세계 ASF 백신 시장 규모가 4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국내 기술로 완성되는 코미팜의 백신이 해외로 성공적으로 수출돼 국내 양돈 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