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농촌진흥청 산업곤충과 농업연구사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농촌진흥청은 한국의 우수 농업기술을 전수해 개발도상국의 농업 발전과 농가소득 향상을 돕고자 ‘코피아(KOPIA)’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2018년부터 양잠산업 기술지원 사업을 본격화하며 누에 사육 환경 개선과 기술 보급에 집중해 왔다.

코피아 베트남센터는 ‘한국-베트남 양잠 시범마을’을 조성해 베트남 산간 지역의 양잠산업 기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현대화된 다단 사육대와 회전 섶 시설을 도입해 사육 효율을 높였고, 공동사육장을 구축해 농가 간 협업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안정적으로 누에씨를 보급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누에씨를 생산하는 체계도 도입했다.

무엇보다 한국과 베트남이 함께 누에 신품종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실 길이와 생산성이 중국산보다 우수한 이 품종은 2023년 베트남 품종 등록을 완료했다. 이 품종을 농가에 보급하자 고치 생산량은 15~20% 늘었고, 노동시간은 약 20% 줄어 현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품종의 경제성과 안정성은 베트남 전역으로의 보급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며, 고품질 실크 생산 기반 확충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피아는 베트남 정부, 양잠연구소(VietSERI)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질병 예방 기술도 전파 중이다. 필자는 단기 전문가로 베트남 양잠연구소와 옌바이성 현장을 찾아 질병 관리 표준작업절차를 마련하고, 소독제 사용법, 사육밀도 조절, 환기 설계, 도구 위생관리 등 세부 지침을 협의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 누에병 관리 세미나’를 열어 미립자병, 바이러스성 농병의 계절별 관리방안도 공유했다. 이러한 활동은 농가의 질병 대응 역량을 높이고 안정적인 누에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옌바이성에는 150ha 규모의 뽕밭이 새롭게 조성되고 수백 농가가 공동사육장에 참여하는 등 지역 전체가 양잠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뽕잎 생산과 누에 사육이 연계된 농가 단위 사업모델은 베트남 농촌의 소득 창출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현지 농가와의 간담회에서는 한국의 사육기술과 질병 예방 경험을 향한 높은 관심과 함께 농촌진흥청의 기술지원에 대한 기대감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현장의 반응은 앞으로 기술 협력의 지속성과 확대 가능성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실크 생산 이외에도 숙잠 분말, 실크 단백질 식품, 뽕잎 발효 음료 등 6차 산업 제품 개발과 ‘누에 타운’ 관광 연계까지 다양한 확장 전략이 논의되고 있다. 코피아는 이러한 시장 다변화 움직임에 발맞춰 베트남 양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 농업의 첨단화와 지속가능성 제고에도 큰 의미가 있다. 아울러 코피아는 베트남의 농촌 지역에서 청년과 여성 농업인의 참여를 확대하고 양잠을 통한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코피아 베트남센터의 성과는 앞으로 다른 개발도상국으로 확산 가능한 국제협력 사례로 손꼽히며, 한국의 농업기술과 경험이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계기가 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베트남 양잠산업의 자립 기반 강화를 위해 연구 기반 지원, 고품질 종자 생산 시스템 구축, 농가 대상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 지속적인 협력에 힘쓸 계획이다. 한국과 베트남이 함께 만들어가는 양잠산업의 미래가 글로벌 실크로드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농수축산신문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