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최근 축산업계에서 메탄 저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3일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한우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선 메탄 배출량의 측정을 비롯해 메탄저감제 인정, 저메탄 사료 출시 등에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메탄은 가축 장내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의 수십배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메탄저감제 개발, 저메탄 사료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효과를 입증하는 측정 시스템들의 기술적 정확성과 데이터 해외 유출, 외산 장비 종속 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메탄 배출 측정법으로는 △호흡 챔버법 △SF6 추적가스법 △그린피드 시스템 △드론·위성 원격 측정 등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평균 오차 범위가 20~50%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 메탄 저감 효과를 신뢰성 있게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다. 정부가 지정한 메탄저감제 실험기관도 국립순천대, 서울대, 건국대 등 3곳에 불과해 실험 대기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상황이다. 저감제를 개발한 업체들은 현행 실험법으로는 객관적 데이터 확보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처럼 현장에서 기술적 정확성과 데이터 해외 유출 우려 등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한 업체가 개발한 측정 제품이 새로운 대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소의 반추위 가스층에 머물며 24시간 메탄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인데 95% 이상의 정확도를 나타낸다고 한다. 전남 해남의 이현농장은 지난해 9월 22개월령 한우에 실제로 이 측정 제품을 투여해 메탄 저감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 농장의 메탄 수치는 타 지역 농장의 4만~9만ppm 대비 눈에 띄게 낮은 2만ppm 수준을 기록했다. 유기농 사료와 동물복지형 사육 방식을 적용한 점 등이 메탄 발생 저감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행 메탄저감제 실험기관 지정 기준이 호흡 챔버와 그린피드 시스템만을 인정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는데 업계에서는 “국내 실정에 맞고 정확성과 신뢰성이 입증된 측정법이라면 새로운 방식도 제도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국대의 한 교수는 “측정기구의 다양화를 통해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면서 “메탄저감 물질이 가축 생산성과 축산물 안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실질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장 의견을 종합해 보면 실험기관이 확대되지 않으면 저감제 개발과 검증에만 수개월 이상이 걸리고 축산 현장에서 탄소저감 성과를 인정받는 ‘탄소크레딧’ 인증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우법을 통해 탄소중립 축산을 위한 본격적인 걸음이 시작된 가운데 특히 일부 측정기기와 시스템은 대당 수억 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임에도 장비 수급이나 소모품 교체, 기술 지원 등에 있어 해외에 종속되거나 측정 데이터의 해외 유출 가능성도 제기돼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점검과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농가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민간·학계가 현장성 높은 측정법을 개발·확산할 때 비로소 우리나라 축산업도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