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신지 기자]

최근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 불안으로 축산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폭염·한파와 같은 기상재해가 매년 반복되면서 농가가 가축 폐사와 생산성 저하로 입는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가축재해로 발생한 피해액은 약 2530억 원에 달했다. 이 중 폭염과 한파에 의한 폐사 피해가 전체의 62%를 차지했다.

정부가 합동 조사한 ‘2024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1973년 이래 가장 더웠으며 폭염, 열대야 외에도 집중 호우, 대설 등 다양한 이상기후가 발생했고 지난해 7월에 발생한 호우로 102만2000마리의 가축이 폐사하기도 했다.

이런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가축재해보험’이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보험 제도가 실제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는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으로 인해 양계업계가 수많은 피해를 입었다.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가금 150만 마리가 폐사했고 계사와 시설물 침수, 정전, 도로 유실 등 피해가 잇따랐다. 그러나 이상기후보다 농가를 더 좌절시키는 건 그 피해를 온전히 보상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현재 가축재해보험은 죽은 가축에 대해서만 보상하도록 기준이 정해져 있다. 한 양계농가는 물이 차오른 계사에서 살릴 수 있는 개체를 손으로 건져냈지만 폐사한 개체만 보상 대상이어서 피해액의 절반도 보상받지 못했다. 토사물로 엉망이 된 계사 피해는 아예 보상 항목에서 제외됐다. 농가들에게서 "차라리 폐사하는 것이 더 낫다"는 씁쓸한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양계협회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가축재해보험 개선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협회에서 제한 방안은 현실과 동떨어진 실손 보상, 불명확한 평가 기준, 복잡한 절차와 심사 지연, 소형농가·계약 사육 농가의 접근성 저하, 보상단가의 현실 미반영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닭과 같은 중소동물은 폭우나 정전으로 병에 걸리면 사실상 폐사와 다름없지만 현행 제도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축종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보상 기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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