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주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블루푸드 기반 기술혁신
디지털 기반 유통·마케팅 혁신
젊은 세대 관심·창의성 유도
미래지향적 산업설계 필요
117년만의 역대급 폭염은 우리나라 육지와 바다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 이것은 올해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매년 역대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상고온, 잦은 폭우 등의 기후변화는 내수면 양식산업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으며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식량안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내수면 양식산업은 오랜 세월 우리나라 국민의 생계와 식탁을 지탱해 온 전통 산업이다. 무지개송어, 메기, 향어 등 품종별로 축적된 사육기술과 지역 기반의 유통 구조는 내수면 양식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이제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 기후 위기라는 거대한 환경변화 앞에서 내수면 양식산업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전 세계 내수면양식 생산량은 2022년 5910만톤으로 1990년 1260만톤에 비해 약 4.7배 증가하는 등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29년 진해 양어장에서 잉어 종묘를 분양하면서 시작된 내수면 양식은 1990년대 맑은 물 공급 종합대책에 따라 하천과 수자원 보호를 위한 오염원 관리가 강화되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생산량이 감소, 지난해에는 약 4만3000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산물 생산량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생산량의 감소는 내수면 어업 세력의 약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의 영향이 있지만 내수면 양식은 80%이상이 외부환경 의존도가 높은 노지에서 이뤄지고 있어 폭염, 폭우, 가뭄 등에 의한 극단적인 수자원 변화에 취약한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내수면 양식장 피해는 예상보다 더 심각하고 점점 더 어장의 피해가 늘어날 것이며 더 나아가 어업인의 안정성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또 종사자들의 고령화와 어가의 지속적인 감소도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주요 품종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겪으므로 내수면 양식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블루푸드 기반 기술혁신 생태계 구축이다. 블루푸드는 바다와 민물에서 얻는 식량 자원을 뜻하며 블루푸드테크는 기후위기 속 식량안보와 환경 지속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블루푸드테크 산업의 확장과 적용을 뒷받침할 법적, 정책적 유연성이 부족한 편이다. 특히 스마트 양식, 데이터관리, 세포배양 기술 등 첨단 기술의 적용에 필요한 명확한 법적 기준 미비는 기업과 연구기관의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기술 발전을 따라갈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기반 유통 마케팅 혁신이다. 내수면 어종은 해양 어종보다 상대적으로 상품 인지도가 약하고 산지 유통 기반이 협소해 가격 변동성에 민감하다. 하지만 개인 생산자들이 직접 소비자와 연결되는 방식의 디지털 유통은 현행 전자상거래법과 식품위생법의 엄격한 기준 등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유통 체계서 필요한 유연한 법령 개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관련 근거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청년 인력과 민간 스타트업의 유입을 위한 6차산업으로의 전환이다. 기존 내수면 양식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고령화된 경영구조다. 블루푸드와 디지털유통은 양식산업에 젊은 세대의 관심과 창의성을 끌어들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생산, 가공, 유통, 관광, 체험까지 융합하는 6차 산업으로 전환을 위해서는 청년 스마트 양식 창업을 지원하고 블루푸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유인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6차 산업화를 위해 현장적용이 가능한 양식장 체험‧관광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과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제 내수면 양식업은 단순히 전통을 이어가는 산업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할 수 있고 탄소 배출이 낮은 고단백 식량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전략산업으로 전환을 통해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지속 가능한 식량 산업’으로 기후위기 대응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적응이 아니라 전환을 위해서는 기술과 유통, 인재와 정책이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된 미래지향적인 산업 설계가 필요하다.
위기를 맞은 양식산업을 블루푸드테크와 디지털유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내수면 양식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연구기관, 산업계 모두가 함께 내수면 양식산업이 전통에 머무르는 양식업이 아닌 미래를 설계하는 생명산업으로의 전환으로 이끌어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