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세욱 인천대 교수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국고보조금 제도 개편 필요

세원 이양, 기초자치단체 세입 확대

행정적 통제 배제 하고 법률에 기반

지자체·지역주민 역량 강화 조치 필요

 

최근 저성장·저출생·고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전환 속에서 농산어촌의 지속가능성과 국가균형발전을 모색하고자 농정은 중앙과 지방정부간 역할 정립을 통해 지역이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과거에도 중앙정부의 국고보조사업 증가로 대응지방비 마련에 따른 재정운용의 경직성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자율적인 정책 결정을 뫃색하고자 지역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조치가 시행됐다. 이를테면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된 포괄보조금사업과 문재인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이뤄진 지방이양사업이 그것이다.

하지만 포괄보조금사업과 지방이양사업은 공통적으로 집행률이 저조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집행률이 저조한 이유는 사업계획의 빈번한 변경, 대응지방비 부족, 지역주민간의 갈등, 관련 부처간의 협의지연 등에 기인한다. 이와 같은 집행실적 저조 이유는 기존의 국고보조사업이 직면했던 집행부진 사유와 대동소이하다. 더욱이 지역 특성에 맞는 자율적인 정책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여전히 중앙정부의 정책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이라는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30년을 맞이해 지역의 특색과 지역 주민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이 구현되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저성장·저출생·고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전환 속에서 지방분권은 시대적 과제이며 지방분권 개혁의 역사가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긴 일본의 지방분권 개혁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지방의 책임농정 강화방안을 살펴보자.

첫째, 국고보조금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93년 6월 국회에서 지방분권 개혁을 결의하면서 기관위임사무 폐지를 전제로 국고보조사업을 재편하고 자치사무와 법정위탁사무로 명확하게 구분했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에서 계속해 실시할 필요가 있는 사업은 세원이양과 연계해 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지방분권 개혁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담 원칙을 결정한 기준을 참고할 필요가 있으며 국가의 역할은 ①국가존립에 관한 사무 ②전국적으로 통일된 규정이 바람직한 기본 준칙에 관한 사무 ③전국적 규모·시점에서 시행돼야 할 시책과 사무로 규정했다. 그리고 지방의 역할은 주민에게 가까운 지역에 있어서 행성을 자주적이고 종합적으로 담당하도록 했는데 지역 주민의 요구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기초자치단체가 중앙정부보다 더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의 역할을 참고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담당해야 할 중앙정부 사업을 열거하면 △연구개발 △재해대책 △농산물·식품 수출 △농업농촌정비사업(농업생산기반 정비·수리시설 개보수·방재 대책) △인재 개발(농업후계자 육성·확보) △농업관측 △식품 안전성과 소비자 신뢰 확보와 관련한 사업이 될 것이다.

둘째, 세원이양은 실질적인 사업시행주체인 기초자치단체의 세입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설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는 재정분권을 시행하였으나 통합재정자립도는 추세적으로 하락해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높아지기보다는 중앙정부의 의존성이 심화하고 말았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의 세입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방세 개편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지방소득세 규모를 확대하고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7:3을 거쳐 6:4를 목표로 조정될 필요가 있고 이 때 지자체 사이의 재정력 격차문제가 발생하게 되므로 중앙정부의 재정조정 노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셋째, 지방자치를 제약하는 지침이나 지시와 같은 행정적 통제는 배제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에 기반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법 제185조에 의해 지자체는 상급기관(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에 의해 지도·감독을 받고 있다. 일본의 지방분권 개혁 과정에서 보듯이 기관위임 사무 폐지와 함께 국고보조사업 재구성 과정에서 법률을 일괄 개정해 관계 장관의 포괄적 지휘·감독권을 폐지한 사실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넷째,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역량 강화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방이양사업 추진과정에서 단체장 의지에 따른 예산편성 집중 문제가 부정적인 측면으로 대두되고 있어, 견제와 감시의 주체로서 지역주민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지방분권 개혁이 지방재정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책임성 강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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