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홍정민 기자]

최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2일 경기 파주 토종닭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H5N1형)가 발생했고 이어 경기 연천군 돼지농장에서 지난 14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됐기 때문이다. 이는 올 가을·겨울 방역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양대 가축전염병이 동시에 발생한 사례여서 방역당국과 현장의 경각심을 한층 높이고 있다.

정부는 파주시 토종닭 3100여 마리 사육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가 올해 ‘2025/2026년 방역 시즌’ 첫 사례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즉각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하고 24시간 전국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또한 토종닭 농장과 전통시장 판매소, 가금 계류장 등에 대한 정밀검사와 소독을 강화하고 지난 14일부터 오는 27일까지 2주간 전국 일제 집중소독 주간을 운영한다. 특히 파주 인접 지역에는 소독차량을 추가 배치해 지역 간 확산 차단에 나서고 매주 수요일을 ‘전통시장 일제 휴업·소독의 날’로 지정해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한다.

ASF 역시 지난 14일 연천군 돼지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847마리에서 확진돼 발생 직후 살처분과 이동제한, 도로 소독 등이 동시에 시행됐다. 연천을 포함한 인접 5개 시·군과 강원 철원까지 48시간 일시이동중지가 내려졌고 10km 방역대 내 농장과 역학 관련 농장들에 대한 정밀검사가 즉각 착수됐다. 정부는 전국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하며 ASF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두 질병이 모두 경기 북부 지역에서 집중 발생했다는 점이다. 파주와 연천은 철새 이동 경로와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공유한다. 철새는 AI 바이러스의 주요 전파원이고 ASF는 멧돼지를 매개로 한 확산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4일 철저한 대응을 주문하는 등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은 신속하고 강도가 높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농가와 축산업계 전반의 협조가 절실하다. 방역당국이 아무리 철저히 소독과 검사 체계를 운영한다 하더라도 개별 농가의 관리 소홀이나 축산차량의 소독 미흡은 곧바로 질병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농가 차원의 자율적 방역 강화, 농장 출입통제, 외부인 차단, 그리고 축산인 스스로의 경각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고병원성 AI의 경우 통상 겨울철에 본격적으로 발생, 확산하는데 올해는 조기 발생했다. ASF도 지난 7월 파주 사례 이후 불과 두 달 만이다. 이는 계절적 패턴만으로 위험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상시적인 예방 관리 체계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추석 연휴와 철새의 본격적인 도래로 인한 대규모 인적·물적 이동은 방역당국에 큰 시험대가 될 것이다.

AI와 ASF의 동시 발생은 우리 축산업계가 직면한 복합 위기이고 단순한 질병 관리 차원을 넘어 농장 구조, 거래 방식, 방역 문화 전반에 대한 혁신을 요구한다. 최근 중국산 열처리 가금육에서 고병원성 AI 유전자가 검출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경검역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강도 높은 방역 대책에 발맞춰 농가·유통업계·소비자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협력하되 예방이 최선의 해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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