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주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기후변화시대, 단순 양식 개선 넘어 물 절약·환경친화형 양식 기술로 전환

지속가능한 내수면 양식 체계 구축

정부의 적극 지원·연구개발 투자 필요

“드디어 단비가 쏟아졌다” 강릉지역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상수원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지난 12일 역대 최저치인 11.6%였다. 이번 단비로 저수율이 약 24%로 상승했지만 평년 저수율 71.8%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릉의 물부족 현상은 누적 강수량이 187.9㎜로 평년의 30% 수준에 불과한 반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폭염으로 인해 증발량은 578.4㎜로 들어오는 물보다 빠져나가는 양이 훨씬 많아 나타난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환경부·기상청이 발간한 '한국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증가가 급성가뭄 발생의 위험을 더욱 높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 주로 여름철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홍수가 문제가 됐다면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의 강도와 빈도가 동시에 증가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특히 하천 수량이 급감하고 수온이 상승하면서 내수면 양식업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단순히 일시적 피해가 아니라 내수면 양식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내수면 양식은 주로 지수식(池水式) 방식, 즉 외부 수자원을 끌어들여 사용한 뒤 배출하는 구조로 과도한 물사용으로 기후 영향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가뭄 발생주기가 짧아지고 있으며 가뭄으로 하천 유량이 줄어들고, 고수온 현상까지 겹치게 되면 치어폐사율 증가, 성장지연 등 복합적인 피해 발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내수면 양식업은 강원도, 경북도, 충청도, 전라도 등 내륙 지역 농어가 소득의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하천 수량이 줄어들면 양식장 유지에 필요한 담수가 공급되지 못하고 양식 밀도를 낮출 수 밖에 없다. 이는 직접적인 생산량 감소와 소득 하락으로 이어진다. 또한 제한된 물을 반복사용하게 되면 용존산소량도 감소해 양식생물에게도 영향을 준다. 결국 물 부족 문제는 단순한 수량의 문제가 아니라 양식장 환경 악화와 환경오염 가중이라는 이중 부담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고 기후위기에 적응하면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내수면 양식을 위한 친환경 양식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지수식 양식에서 벗어나 물 절약형 환경친화형 양식 기술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대표적인 대안으로 순환여과식 양식(RAS)과 플락포닉스(Flocponics)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순환여과식 양식은 사용한 물을 정화 재처리해서 다시 사용하는 방식으로 물 사용량을 9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이는 가뭄 시에도 안정적인 양식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아쿠아포닉스와 플락포닉스를 접목하면, 고가의 수경작물(허브류)을 기르고, 배설물이나 사료 찌꺼기와 같은 유기물 폐기물을 미생물 플락(Floc)으로 전환해 수질을 개선하고, 동시에 이를 농업용 비료로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양식 방식을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물 절약, 환경보전, 안정적 생산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물 절약, 환경오염최소화 등 친환경 양식을 위해서 노지양식장에 플락포닉스 기술을 확대 적용하기 위한 미생물 군집제어기술, 수질자동제어시스템, 사료·플락 최적화 기술 등 핵심 기술 개발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친환경양식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최적의 플락포닉스 양식 적지 선정, 양식 어류에 적합한 작물 선정, 저단백사료 개발과 최적 양식시설 규모, 양식 운용 표준화 등 플락포닉스 양식 지침 마련을 위한 대형 연구과제 추진이 시급하다. 아울러 기존 노지양식장을 친환경 양식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과 제도적 전환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의 가속화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내수면 양식업의 생존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강릉에서 발생한 최악의 가뭄은 비단 올해 강릉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물 부족과 환경오염을 동시에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내수면 양식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연구개발 투자, 그리고 현장의 실천이 함께할 때 우리 내수면 양식업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미래 식량안보의 핵심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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