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어 초기 어려움 많았지만 어선청년임대사업 도움으로 안정적 정착
바다 위 표류·조업 부진 딛고 귀어 성공
탁 트인 바다·자연환경 제주 생활 ‘만족’
[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프롤로그]
어가인구의 고령화와 감소세가 심각해지면서 청년어업인 육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함께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귀어한 청년어업인들을 찾아 귀어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7월로 어선청년임대사업 기간의 1년이 지났습니다. 임대사업을 하면서 어업 숙련도도 높아진 터라 임차한 배를 반납하고 연안복합어업과 들망어업 허가가 있는 7.93톤급 어선을 매입,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지난해 제주도로 귀어한 최민권 선장은 임대사업 기간 동안 어업을 준비한 후 어선을 매입해 완전히 정착했다. 비록 지난해 제주지역 대부분이 조업실적이 악화된 터라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 선장은 제주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 오랜 귀어 준비 거쳐 제주에 정착
최 선장은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오랫동안 준비해 귀어했다.
최 선장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치과재료와 부자재를 도소매하는 업체에서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도시에서의 삶이 지루하고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이같은 답답함을 해소하고자 레저용모터보트를 마련, 전북 군산시에 두고 주말이면 군산을 오가며 낚시 등 레저를 즐겼다.
시간이 흐르며 귀어를 하기로 마음을 정한 그는 차근차근 귀어를 준비해나갔다. 동력수상레저면허가 있었던 최 선장은 귀어를 위해 소형선박조종사 면허와 해상무선통신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또한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최 선장은 귀어를 위한 교육을 온라인으로 수료했고 그의 아내는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제주살이에 필요한 면허와 자격증을 취득한 최 선장은 인터넷을 통해 귀어를 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다가 어선청년임대사업을 접하게 됐다.
최 선장은 “부사장이 되고 나서는 직원으로 있을 때와 다르게 꽉 막혀있는 환경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며 “귀어를 하기로 마음을 정한 이후에는 소형선박조종사 면허부터 드론 자격증까지 귀어에 도움이 될만한 자격증을 취득하며 귀어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 쉽지 않았던 어업인의 삶
오랜 준비 끝에 귀어했지만 최 선장의 귀어는 순탄치 않았다. 우선 직면한 것은 어선의 고장 문제였다. 어선 운용과정에서 크고 작은 고장이 이어졌고 이 때문에 바다 위에서 두 차례나 표류됐다.
최 선장은 “배에는 유압을 활용한 장비들이 있는데 유압을 켠 상태에서 기관의 분당 회전수(RPM)를 끌어올리게 되면 호스가 터져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바다에서 엔진을 끌고 플로터, 레이더만 가동하고 있다보면 배터리가 방전, 엔진의 시동이 걸리지 않기도 한다”며 “어선을 임차한 초기에 설명을 들었지만 직접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조업에 나서다 보니 어선 고장으로 두 차례 표류됐었다”고 말했다.
바다에서 표류되는 사고가 있었지만 도움을 받기는 어려웠다. 당초 해경에 선박을 예인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해경의 답변은 지인에게 요청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친분이 있던 어업인을 통해 겨우 예인을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제주지역의 조업 부진도 귀어초기에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귀어 초기인 터라 어업숙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꾸준히 조업을 나가면서 어업기술을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조업을 나갈 때마다 적자를 기록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지난해 지역의 기성어업인들로부터 왜 하필 올해 귀어를 했냐며 안타깝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제주지역의 어황이 좋지 않은 해였다”며 “하루에 15시간씩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것조차 힘들 정도라 귀어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 어선청년임대사업으로 숙련도 높여
최 선장은 귀어 초기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해 어업의 숙련도를 익혔고 이를 토대로 제주에 정착할 수 있게 됐다.
최 선장은 어선청년임대사업으로 어선을 임차하기 전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실시한 교육과 임대사업으로 제주도로 귀어한 다른 청년어업인과 함께하는 조업을 통해 어업기술을 익혀왔다. 이 중 최 선장에게 도움이 된 것은 함께 교육을 받은 청년어업인들과의 공동조업이었다. 출어를 하게 되면 유류비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동료어업인의 배에 선원으로 승선해 조업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것이다. 이는 선원수급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도 유리하며 비슷한 연배의 어업인들이 함께 조업하면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어 어촌정착에 도움이 됐다.
그는 “제주지역은 조업경비를 제외한 수익을 일정 비율로 나눠갖는 구조이기에 숙련된 선원들이 초보선장의 배에 승선하기를 싫어하는데 다른 청년어업인들과 함께 조업하니 서로 의지도 되고 선원문제도 해소할 수 있어 정착에 도움이 됐다”며 “조업 외에도 평소에 자주 만나서 다양한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제주살이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어선청년임대사업을 통한 1년간의 조업은 어업의 숙련도를 높이기에도 좋았다. 그가 임차한 어선은 3.3톤급 어선인데 초기에는 선박이 많은 항에서 작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정박을 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한다. 또한 어획물을 판매하는 방식에 따라서 소득이 달라질 수 있고 위판을 하는 방법이나 산지유통인을 통해 판매하는 등 어업경영과 직결된 사안들을 충분히 익힐 수 있었다.
최 선장은 “어업은 이론적인 교육보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익히는 것이 중요한 터라 어선청년임대사업 기간 중 체득한 것들이 어업경영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 탁 트인 어촌 마을, 만족도 높아
최 선장은 제주도로 귀어한 것에 만족한다고 한다. 당초 최 선장은 귀어를 할 지역으로 강원도도 고려했었다. 하지만 귀어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강원도 지역은 경험이 부족한 초보들이 정착하기에 너무 치열하고 지역의 텃세가 심하다고 들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결정한 것이 제주도로의 이주다.
최 선장이 경험한 제주도는 기본적인 예의를 지킨다면 텃세 등이 없었다. 특히 귀어 초기에 지역의 어업인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관계를 쌓아 나가다 보니 이제 최 선장을 도와주는 어업인도 많다고 한다.
제주도에 정착한 그는 어선청년임대사업으로 배를 빌릴 경우 다른 무엇보다 임대인이 직접 어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초보 선장들이 직면하는 크고 작은 문제는 어선을 임대한 선주가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임대인이 직접 어업을 하지 않고 다른 생업에 종사한다면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최 선장은 “귀어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지만 탁 트인 바다와 자연환경 등 지금의 내 삶이 만족스럽다”며 “앞으로는 제주도로 귀어한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제주지역으로 귀어하려는 사람이 찾아오면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 귀어인에게 전하는 TIP]
# 후배귀어인에게 전하고픈 말은.
“귀어를 준비한다면 기본적인 자격증 취득과 함께 기관 등 어선에서 사용되는 기계들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고 귀어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귀어학교 등에서 어업과 관련한 교육을 많이 하지만 어선이 고장났을 때 정비하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은 충분하지 않다. 특히 배 마다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인 어선관리나 정비 등과 관련해서 알아보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히 귀어초기에는 선박의 장비 등을 직접 만져보고 수리하는 방법 등에 대해 충분히 익혀놔야 갑작스러운 고장 등에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 공단에 바라는 점은.
“어선청년임대사업 대상자들에 대한 멘토링을 늘려줬으면 한다. 특히 지역에서 함께 어업을 하고 있는 선주들이 멘토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어선청년임대사업으로 함께 귀어한 강덕길 선장이 다른 초보어업인들에게 멘토링을 했다. 모두 초보였지만 강 선장이 그래도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역에 숙련된 젊은 어업인이 있다면 궁금한 것을 편하게 물어보고 어촌에 정착하는 것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멘토링을 하고 있는데 청년들의 안정적인 어촌 정착을 위해서는 멘토링 기간을 늘려 어업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어촌에 정착하는 것도 함께 도움을 줬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