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철 농촌진흥청 식물소재바이오공학과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식량 부족, 고령화, 환경오염 등 복합적인 위기의 해결책은 ‘지속가능성’에 있다. 농업 생명 자원에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해 농업과 전‧후방 산업 전반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그린바이오 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세계시장도 이 같은 방향성을 보여준다. 2022년 세계 그린바이오 시장은 1조 2천억 달러 규모에 달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3.9%. 이런 추세라면 2031년에는 3조 9천억 달러로 시장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시장은 약 8조 원 규모로 세계시장의 0.5% 수준이다. 수입 의존도도 약 70%로 높아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그린바이오 산업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기술개발, 인재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에 정부는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안)’을 발표하고 산업화 촉진, 혁신 기술개발과 인재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 등 3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종자, 동물용 의약품, 미생물, 식품소재, 곤충 등 6개 중점분야의 산업기반을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법’이 올해 시행되면서 정책 실현을 위한 법적 지원 체계도 확립됐다.

이는 지속가능성, 고부가가치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경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정책적 선언이자 그린바이오가 국가 산업정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한 기반 마련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생명 자원 강국, 그리고 바이오 기술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린바이오는 농생명 자원을 활용한 바이오 기술로, 고부가 바이오 소재, 기능성 식품, 의약품, 생물 농자재 생산 등 다양한 산업을 아우른다. 이는 전통적인 농업의 틀을 벗어나 농생명 자원과 첨단기술을 융합해 산업화하는 과정이다. 특히 식물과 미생물은 미래 바이오산업을 이끌 전략적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식물은 기능성 물질과 2차 대사산물을 생산하는 ‘생체공장’으로 그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합성생물학, 대사공학, 조직배양 기술을 활용해 식물에서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으로 특정 고부가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 중이다. 이러한 식물 기반 바이오 소재는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바이오 의약품 등으로 응용할 수 있으며, 이는 K-바이오산업과 푸드산업의 미래를 떠받칠 중요한 축이 될 것이다.

미생물 또한 지속 가능한 농업의 핵심 요소다. 작물 뿌리 주변에 서식하는 토착 미생물은 질소 고정, 인산 가용화, 병해 저항성 유도 등 작물 생장과 생산성 증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생물 유전체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작물-미생물 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비료‧농약 등 생물 농자재를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도적 기반 위에 실행력을 더하는 일이다. 정밀한 생명정보 분석과 데이터베이스 구축‧활용, 인재 양성을 통한 기술사업화와 창업 연계 등은 ‘기술-정책-현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실행 기반 생태계 구축의 핵이다. 결국, 그린바이오 산업은 생명의 가치를 산업의 언어로 재해석하는 것이며 기후변화와 식량 위기에 대응하고 나아가 농촌 경제 회복과 생태계 보전을 견인할 수 있는 전략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유전자원 보유량 세계 5위 규모의 풍부한 생명 자원과 세계 수준의 생명과학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정교한 정책적 뒷받침과 현장 중심의 실행전략이 더해진다면 그린바이오 세계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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