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신문=김동호 기자]

수협중앙회의 김 산업 진출에 김 가공·수출업계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데 대해 산지의 어업인들이 김가공·수출업계를 비판하고 있다.

수협은 지난 18일 오리온과 총 자본금 600억 원을 출자해 ‘오리온수협’을 설립, 양사가 보유한 수산물 공급 능력과 글로벌 제조·유통 역량을 결합해 수산물 세계화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김 가공·수출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한국김수출협회와 한국수산무역협회, 한국마른김생산자협회, 한국해태가공업협동조합 등은 최근 공동으로 ‘김 산업 종사자들의 호소문’이라는 제하의 호소문을 내고 수협중앙회와 오리온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김 가공산업 진출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조미김 가공업계는 해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과 급등한 공급가격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데다 서민물가 상승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물김 출하량과 위판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협중앙회가 기업과 손을 잡고 가공산업에 진출할 경우 공정한 경쟁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김 수출 1조 원 성과의 주역인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상실과 시장주도권 잠식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김 가공·수출업계의 입장에 대해 산지의 김 양식어가들은 가공·수출업계를 비판하고 있다. 수협중앙회가 오리온과 합작해 김 가공산업에 나서는 것은 어업인을 보호하는 수협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 인만큼 가공·수출업계가 수협중앙회의 판매역량 강화에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올해 초 발생했던 물김 산지 폐기 등을 거론하며 수협이 나서서 김 판매역량을 강화할 경우 생산어가를 보호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전남 신안군의 한 김 양식어가는 “김 산업에 많은 기업들이 김 산업에 뛰어들어 서로 경쟁하며 유통·가공·판매하는 것이 김 산업의 성장에 도움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그간 김 산업의 성장에 있어 수협의 역할이 너무 없었는데 오리온과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김 수출확대 등에 있어 더 많은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전남 무안군의 양식어가는 “김 가공·수출업계의 입장은 바다에서 찬 바람 맞으며 김을 양식하는 어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다”며 “수협이 김을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을 못 갖추는 것이 문제이지 기업과 합작해 판매능력을 갖추는 것이 잘못이 될 수 없다”며 가공·수출업계를 비판했다.

수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김 가공·수출업계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어업인이 생산한 김이 더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수협 고유의 역할이다”며 “수협은 수산물 유통에서 판로 확보와 가공 기술 등이 약점이었는데 오리온은 마케팅 능력과 가공기술을 갖추고 있어 협업이 성공한다면 협동조합과 기업의 좋은 협업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원물 위주로 거래되는 수산물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부가가치화함으로써 어업인의 소득을 높이는 것이 합작법인 설립의 목적”이라며 “김을 시작으로 다른 수산물까지 고차가공품 개발·판매를 늘려 어가소득을 제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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