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정 농촌진흥청 농업생명자원부장
[농수축산신문=농수축산신문]
지난 8월 농촌진흥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산하 농업생명공학 고위정책회의(HLPDAB)의 하나로 농생명 최신기술을 소개하는 국제 공동연수회를 열었다. ‘지속 가능한 농업과 식량안보를 위한 생명공학 기술’을 주제로 16개 나라 100여 명의 전문가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 신육종 기술, 규제 정책 등 다양한 주제 발표 후 의견을 나눴다.
특히 콩 육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스캇 잭슨(Scott A. Jackson) 조지아 주립대 교수는 농업의 위기를 설명한 후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는 스마트하게 농사짓는 것을 넘어, 작물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2050년까지 줄어드는 경작지에서 60%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해야 하고 작물이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 가뭄, 새로운 질병을 견디게 해야 한다. 동시에 화학물질과 물 사용량을 줄이는 지속가능성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이를 위한 혁명적인 도구다.'
최근 작물 개발 연구의 가장 큰 어려움은 ‘복잡성’이다. 예를 들어 벼 수량성만 보더라도 최소 20개의 주요 유전자가 다양하게 관여한다. 여기에 토양 미생물 다양성, 온‧습도 등 작은 변화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복잡한 유전자-환경 상호작용을 기존 전통적인 육종 방식으로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급격한 기후변화는 새로운 환경 조건에 적응하는 품종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더한다.
이러한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선 데이터 수집부터 인공지능 분석, 실제 활용까지의 통합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작물 자원의 유전체 정보를 대량분석해 ZEAMAP(옥수수), 소이베이스(SoyBase, 콩) 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유전체 정보는 다양한 표현형 데이터와 결합해야 한다. 인공위성과 드론이 촬영한 특수 영상 데이터로 신품종의 내병성이나 내재해성을 현장에서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재배지의 사물인터넷(IoT) 센서들은 환경 스트레스 조건에서 품종별 반응 특성을 분석해 핵심 데이터를 제공한다. 스마트 농기계는 품종별 수확량과 품질 데이터를 정밀하게 수집해 육종가의 선발 효율을 높인다. 유전체 정보부터 위성 영상, 기상환경 데이터까지 모든 정보가 통합 플랫폼으로 구축돼 품종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데이터에 한 번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모델은 이러한 통합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유전자가 특정 형질과 연관 있는지 찾고 이미지만으로도 다양한 벼 품종을 구분하는 등 표현형을 자동으로 분석한다. 컴퓨터의 유전자형-표현형 예측이 실제 재배지에서 검증되고, 그 결과가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에 반영되면 예측 정확도가 지속해서 높아지는 실시간 학습 생태계가 구축된다.
이와 같은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작물 개발 분야에는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결합으로 수백만 개의 유전자 조합 중 최적의 조합을 예측할 수 있어 10년 이상 걸리던 신품종 개발 기간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작물을 개발하는 미래는 이제 코앞에 와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 유전체 데이터는 새로운 육종 자원이 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새로운 도구가 된다. 우리가 오늘 구축하는 디지털 육종 기반이 내일의 혁신적인 작물이 되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 기대한다.
